진념 “당시 경제팀, 대통령과 소통
지금 현재 그런 리더십 있나”
이규성 “지구촌 자국주의 만연
새 이념 설정ㆍ신기술 도입해야”
이헌재 “책임지는 자세 필요”
강봉균 “위기 극복 계기 돼야”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할 당시에는) 경제팀이 대통령과 토론하고 소통하면서 국민적 여망을 모아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지금 현재 그런 리더십이 있는지는 여러분이 판단해 볼 문제다.”(진념 전 경제부총리)
최근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제2의 외환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극복의 핵심 역할을 했던 경제원로 ‘4인방’이 고언을 쏟아냈다. 이규성,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헌재,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육성으로 듣는 경제기적 편찬위원회’(이하 편찬위)가 30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코리안 미러클 4 :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어’ 발간보고회에 참석했다. 이 책은 이들 4명을 비롯한 당시 정책 결정자들의 육성 증언을 토대로 1997년 외환위기 전후의 어려움과 극복 과정을 담았다.
경제원로들이 이날 외환위기를 회고하며 던진 공통적인 메시지는 “한국경제의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였다. 진념 전 부총리는 “외환위기는 어디까지나 우리나라만의 문제였기 때문에 수술이 어렵지 않았다”며 “지금은 전세계 경제가 같이 나쁘기 때문에 (위기 극복을 위한) 어려움의 강도가 다르다”고 진단했다. 강봉균 전 장관도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경제구조를 튼튼히 구축했다고 자부했지만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물 경제 지표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원로들이 가장 우려한 것은 리더십 실종이었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에서) 시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땐 정부가 한발 앞서 선제적으로 개입하면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고 지적했다.
원로들은 현 경제팀을 향해 다양한 조언을 쏟아냈다. 이규성 전 장관은 “대외적으로 내셔널리즘(자국주의)이 만연하고 국내적으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경제팀이)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며 “단순히 소비ㆍ투자를 진작하기 위한 경기 대응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이념의 설정과 그에 따른 구조조정, 그리고 신기술의 도입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공직자들의 책임 지는 자세를 주문했다. 그는 “나라의 위기를 관리하고 국가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늘 기대하는 대로 효과를 거둔다는 보장은 없다”며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경제위기 극복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도 나왔다. 강봉균 전 장관은 “최근 국정혼란에 따른 경제 마비를 많이 우려하는데 단기간에 민간경제가 받을 부정적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정치 혼란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국가 거버넌스를 선진화하고 경제구조를 정치 중립적으로 변모시키면 경제의 잠재력이 다시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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