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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업보다 박대통령 퇴진이 급해… “일일 휴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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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업보다 박대통령 퇴진이 급해… “일일 휴업합니다”

입력
2016.11.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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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쓰고 광장 나간 직장인

가게 문 하루 닫은 자영업자

스스로 ‘1일 휴강’ 대학생 등

특정단체 소속 아닌 시민들 동참

30일 전북 전주시의 한 카페 대문 앞에 시민 불복종의 날에 동참하기 위해 일일 휴업을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카페 제공
30일 전북 전주시의 한 카페 대문 앞에 시민 불복종의 날에 동참하기 위해 일일 휴업을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카페 제공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황모(30ㆍ여)씨는 30일 반차 휴가를 냈다. 표면적 이유는 질병 치료였지만 이날 오후 황씨가 찾은 곳은 병원이 아닌 광화문광장이었다. 시민사회가 주관하는 ‘시민불복종의 날’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황씨는 “회사가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처럼 공식적으로 파업을 하는 게 아니어서 고민이 많았으나 3차 대국민담화에서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보고 기가 막혀 마음을 굳혔다”며 “평범한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박 대통령이 제대로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진행된 시민불복종 운동은 특정 노조나 시민단체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당초 1~5차 촛불집회를 주최한 박근혜정권퇴진국민행동이 민주노총 총파업 및 대학가 동맹휴업을 중심으로 시민 불복종의 날을 기획하면서 일부 계층만을 위한 이벤트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전날 국정농락 사태에 대해 변명과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한 박 대통령의 3차 담화가 도화선이 돼 일반 시민들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일 불복종 운동에 함께 했다.

생업으로 바쁜 자영업자 중에는 평일 시위를 반기는 이가 적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최규석(41)씨는 이날 하루 장사를 접고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최씨는 “주문이 밀려 드는 토요일에는 장사에 손을 뗄 수가 없어 촛불집회에 한 번도 간 적이 없다”며 “평일이라도 가게 문을 닫으면 매출에 타격을 입지만 아내가 먼저 흔쾌히 동의해 광장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의 한 카페는 대문에 내건 휴업 안내문에서 “당장 먹고 사는 것이 걱정인 서민이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저항은 이렇게 생업을 접고 (박 대통령은) 퇴진하라고 외치는 것”이라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소속 학교가 동맹휴업에 나서지 않은 대학생들도 1인 휴업을 하며 불복종 의지를 대신했다. 서울과학기술대에 재학 중인 김모(20)씨는 “지난 주 총학생회 차원에서 동맹휴업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학교 측으로부터 출석 보장 약속을 받지 못해 취소됐다”며 “학생으로서 수업에 참여하는 것보다 가만히 있는 게 더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들과 자체 휴강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사정상 직장을 비우기 어려운 시민들은 사무실 밖에 플래카드를 내걸거나 소등 시위로 동참했다. 서울 여의도에서 직장을 다니는 민모(27)씨는 “동료들과 상의해 이날 하루 사무실 문에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달았다”며 “시민 개인이 처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정권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부 이윤지(40ㆍ여)씨도 “뜻을 같이 하는 아파트 주민들과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베란다에 붙이고 오후 8시 1분 소등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불복종 움직임이 확산된 것은 총파업이 특정 집단의 이익 추구가 아닌 헌법에 보장된 저항권을 토대로 정권 퇴진을 압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대규모 파업을 하면 좌파나 귀족노조의 집단 이기주의로 치부하는 여론이 높았으나 다수 시민은 이번 사태를 나와 가족의 문제로 여기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진정한 사과를 계속 거부하면서 직업과 이념에 관계없이 보다 적극적으로 저항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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