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국내관광 활성화 절실하다
외국 나가는 여행객 기하급수적 증가
국내 여행 번잡하고 비용도 싸지 않아
한류ㆍ쇼핑만 의존 구조적 취약성도
직장인 박서인(31)씨는 올해 들어서만 4번 외국여행을 떠났다. 어렸을 때부터 다녔던 해외여행이 익숙한데다 저가항공에 공유숙박 등을 이용하면 큰 돈이 필요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박씨는 “국내 볼거리는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 외국에 나가면 더 재미있고 비싸지도 않은데 꼭 국내를 고집할 필요가 있냐”고 되물었다. 대학생 정우진(26)씨도 “지방에 갈 경우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데 오히려 외국의 유명도시에선 여행정보 얻기도 좋고 교통도 수월하다”고 말했다.
외국으로 떠나는 여행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해외로 떠나는 우리 국민은 2,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9월 누적 국민해외관광객은 1,668만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동년 대비 17.8%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선 1,931만명이 외국 여행을 다녀왔는데 인구가 우리보다 2배 이상인 일본의 경우 1,621만명에 그쳤다. 해외여행객 수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지른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전체 인구수에 대비한 해외여행객 비율은 한국이 38.5%에 달한 반면 일본은 12.7%에 불과했다. 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장은 “이런 추세라면 내년엔 국민해외관광객이 2,500만명에 달할 수도 있다”며 “국내여행의 경쟁력을 높여 해외여행객 일부라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객 급증으로 2015년 관광수지 적자는 8년 만에 최대치인 61억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들어서도 1~9월까지 44억달러의 관광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해외여행의 가파른 성장(12%)에 비해 국내관광 성장은 답보상태(3.7%)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구조의 취약성이다. 국내관광이 전체 관광산업을 주도하는 해외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서의 국내관광 비중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2014년 미국의 경우 국내관광 지출(내국인 지출+외국인 지출)중 내국인 지출의 비중이 77%, 일본은 90%, 프랑스 71%에 이르지만 한국은 54%에 불과했다. 돌발 변수로 외국인 관광객이 갑자기 끊길 경우 내국인이 받쳐주지 못한 우리 관광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최근 일본이 관광대국으로 성장한 데에도 국내관광이란 튼실한 기둥이 있어 가능했다. 일본이 1970년대부터 추진해온 국내관광 활성화를 통해 지역마다 숙박과 관광시설 서비스 등의 인프라를 축적한 것이 바탕이 됐다.
반면 한국관광은 한류와 쇼핑이란 투톱에만 너무 의존해오다 국내관광과 지역관광이란 든든한 후방을 키우지 못했다. 조만간 외래관광객 연 2,000만명을 돌파할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의 80~90%가 수도권과 제주에만 집중돼 시장의 규모에 맞는 지방 분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뒤가 튼튼하지 못하니 위기에 취약하고 새로운 활로 모색도 힘들게 된 것이다.
김 실장은 “인바운드 시장을 2,000만~3,000만명 시대로 성장시키기 위한 수용력 확대 차원에서라도 내국인 관광을 통해 지역을 우선 발전시키는 선순환 구조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 급증엔 해외 선호심리부터 저가 항공노선 확대에 따른 비용 감소까지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의 인식 속에 국내 여행의 비용 대비 만족도가 해외여행에 비해 떨어진다는 인식이 널려 퍼져 있다는 것. 국내 관광지는 번잡스러우며 여행 비용도 싸지 않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전효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의식 조사 결과 여가를 여행으로 보내겠다는 이들이 많다. 현재로선 국내 관광에 대한 잠재력에 비해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애국심에 기댄 정서적 호소 외에 근본적인 여행 인프라 확충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통편의 증진, 특정 여행지 과밀화 해소를 위한 여행지 분산, 숙박 및 음식 서비스 개선, 비용 절감 지원 등의 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 새로운 매력적인 관광지 개발은 필수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관광 소비를 통한 소비 진작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지금처럼 제조업의 위기로 지역의 경기가 어려울 때엔 부수적이라도 관광을 통해 지역 경제활동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산업적 측면뿐 아니라 국민의 행복 증진 차원에서도 정책적으로 국내여행 활성화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