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을 훌쩍 넘긴 백전노장의 김응용(75) 감독이 생애 가장 긴장된 하루를 보냈다. 30일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초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선거에서 시종일관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김 감독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뒤에야 환하게 웃었다. 이날 투표를 앞두고 정견 발표에서 “한국시리즈 7차전보다 더 떨린다”고 했던 그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던 그 기분”이라고 통산 10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다운 소감을 전했다. 김 신임 회장은 “이계안 후보가 너무나 훌륭한 공약을 많이 내놓으셨다. 나는 그만한 능력이 없기 때문에 솔직히 이계안 후보가 당선이 되고, 나는 그 뒤에서 열심히 밀어주는 게 좋지 않나 싶기도 했다”며 불안했던 심정을 밝힌 뒤 “이렇게 당선 되고 보니 책임감이 무겁다.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할 지 고민이 많다”고 입을 뗐다. 그는 “지난해부터 선배님들, 후배님들이 권유를 계속했다. 몇 년간 대한야구협회에 문제가 많았다. 나도 고심이 컸다. 사실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은 일주일 전쯤이었다. 그 전에는 권유를 받아도 고심만 했다”고 출마 배경을 밝혔다.
야구인 회장에게 바라는 건 비리와 불신을 근절하고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한 야구계의 대통합이며 그가 공약으로 내세운 부분이기도 하다. 김 신임 회장은 “프로와 아마추어는 공생해야 한다. 프로가 발전하려면 아마추어가 발전해야 하고, 아마추어가 발전하려면 프로가 발전해야 한다. 프로가 잘 돼야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 잘 융합해서 해나갈 생각”이라고 청사진을 공개했다. 연간 운영비 15억원 확보 공약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이미 이야기가 된 부분이다. 아마추어 협회에서 꼭 필요한 경비이기 때문에 책임지고 마련하겠다. 걱정하시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했다.
고교 팀 100개 확대도 약속했다. 김 신임 회장은 “2년간 고교팀, 리틀야구 팀 등을 따라다녔다. KBO도 프로야구 10개 구단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아마추어 1,000개 팀은 있어야 한다. 프로 선수들의 몸값이 일본을 능가하고 있는데, 질적으로도 향상 시켜야 하기 때문에 그런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김 신임 회장은 전임 집행부의 기금 운용 논란에 대해 “스포츠 단체인데 그런 부분이 불투명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잘 써서 잘 관리 하겠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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