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2만명 넘게 피란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 장악지역인 알레포 동부에 대해 지난 주말 이후 대대적인 공세를 벌이면서 민간인 수만 명이 피란길로 내몰리는 등 인도주의 재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30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어 알레포 피란민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구호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29일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이 알레포 동부 반군지역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공격이 시작된 26일 이후 사흘 동안 2만 명 가량의 민간인이 폭격과 총탄을 피해 고향을 등졌다. 크리스타 암스트롱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대변인은 “피란민들의 행렬을 모두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알레포 동부를 떠나는 민간인은 2만 명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AFP에 밝혔다.
피란민들이 시리아 정부군의 무차별 공습에 몰살당하거나 체포되는 등 곳곳에서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반군지역 민간구조대인 ‘시리아 민방위대’에 따르면 알레포 북부에서 피란민 25명이 시리아군 공습으로 사망했다. 지역 미디어인 ‘할라브뉴스네트워크’는 당시 공습 현장이라는 설명과 함께 시신이 분리된 채 흩어져있는 처참한 사진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국제앰네스티 관계자는 “시리아 정부군 병사들이 알레포 인근에 남아있는 남성들을 막무가내로 붙잡아 연행했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군의 포격뿐 아니라 식량과 연료부족도 알레포 동부지역 민간인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스티븐 오브라이언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국장은 “무자비한 공습이 이어지면서 알레포 인근에는 제대로 가동되는 병원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으며 식품 재고는 이미 오래전에 바닥을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 관계자는 “알레포 반군지역 주민들이 천천히 지옥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비참한 현지상황을 묘사했다. 정부군의 포위망이 좁혀질수록 반군 장악지역에 남아있는 아동들이 더욱 큰 위험을 맞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공격이 거듭되면서 수많은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라며 “폭격을 피할 공간이 비좁은 나머지 힘없는 아이들이 가장 먼저 공습에 희생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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