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딜 가나 한국인이 없는 곳은 드물다. 중국과 미국에만 500만 한국인이 거주하고 전 세계에는 700만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재미동포나 재중동포라고 부르지만 좀더 포괄적으로 재외동포라는 용어가 있다. 재외동포 중에서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한 경우 행정 용어로는 ‘재외국민’ 용어가 있다. 이를 관장하는 재외동포법도 있다. 비공식 영어 명칭으로는 ‘overseas Koreans’, ‘Korean diaspora’라고 부르는데 한국인끼리는 영어를 사용할 이유가 없기 이 호칭은 많이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다른 나라에 가면 영어 명칭이 매우 민감하게 작동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Internatioanal Expatriate Community를 형성하고 스스로 International Expatriates나 foreign expatriates라 부른다. 우리 처지에서 보면 그냥 foreigners인데 조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 스스로는expatriate라 부른다. 조국을 떠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Latin어에서 유래했으며 줄여서 ‘엑스팻’이라 한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foreigner라는 용어가 행정 용어로 주의할 명칭이다. 캐나다에서도 기분 나쁜 호칭으로 통한다. 그 이유는 ‘이방인’이라는 어감의 차별적 용어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온 사람이라는 말이 틀린 것도 나쁜 말도 아니지만 유사어 이민자(immigrants)나 외국국적자(extranationals), 비시민권자(non-citizens), 비미국인(non-American) 용어도 썩 달갑지는 않다. 미국의 대학에는 International Students부서가 있지만 foreign students라고 하지는 않는다. 우리와 외국인을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편가르기 개념이기 때문에 인종이나 사람에 대한 호칭은 그만큼 예민하고 조심스럽다.
사회 정서가 덜 민감한 덴마크에서는 외국인을 그냥 foreigner라고 부른다. 헌법 조항에서는 aliens라는 용어도 등장하고 구어체에서는 stranger라고 부른다. 흑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nigga라고 부를 정도로 인종 호칭도 예민하지 않다. 최근 국제화 차원에서 외국인을 부르는 new Danish나 ethnic Danes 같은 용어가 등장했다. 이는 외국인끼리 스스로 부르는 용어일 뿐 덴마크 사람들이 사용하는 호칭은 아니다. 좌파 성향은 immigrants라 부르고 우파 시민은 refugees라 부른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일본의 외국인 혐오증이나 배척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외국인 선수를 용병이라 부르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스켓토’(助っ人)라 부른다. 외국인이라는 뜻의 가이진(外人)도 쓰이는데 특히 백인을 지칭한다. 중국인을 ‘창코로’라 부르고 한국인을 ‘조센진’이라고 부를 때도 분명 차별적이고 배척의 어감을 느끼게 된다.
외국을 방문하면서 스스로 ‘I’m a foreigner’라고 하면 나쁠 게 없다. 그러나 그 나라 사람이 ‘You’re a foreigner’라고 말하면 배척 당하는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다. 흑인들끼리 ‘Hey, what’s up, nigga?’라고 말하면 자연스럽지만 동양인이나 백인이 흑인 보고 ‘Hey, nigaa’라고 말하면 욕이 되는 게 언어의 사회적 정서다. 이를 감안한다면 호텔 방의 안내판 문구로는 Foreign Guest보다 To Our Valued Guest가 어감이 더 우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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