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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문시장, 11년 전 화마에 당했는데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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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문시장, 11년 전 화마에 당했는데 또...

입력
2016.11.3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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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1분 만에 소방관 도착 불구

방화벽 등 없어 초동진화 어려움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 논란일 듯

연말 대목 앞두고 물건 들여놓아

1000억 피해 불구 대부분 무보험

정부,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검토

30일 오전 2시8분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4지구에 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화에 나섰지만 오전 10시가 넘도록 시뻘건 화염을 뿜고 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30일 오전 2시8분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4지구에 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화에 나섰지만 오전 10시가 넘도록 시뻘건 화염을 뿜고 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30일 오전 9시쯤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4지구에 난 불로 시커먼 연기가 치솟고 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30일 오전 9시쯤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4지구에 난 불로 시커먼 연기가 치솟고 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 고비 때마다 찾았던 대구 서문시장이 11년 만에 또 화마에 휩싸였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새벽, 4지구에서 난 불은 677개 점포를 모두 태워 1,000억 원(상인 주장) 이상의 피해를 냈다. 11년 전 2지구 화재로 옮겨와 겨우 자리를 잡은 상인도 많지만, 상당수가 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재기의 길이 막막한 실정이다.

30일 대구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8분쯤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4지구서쪽에서 불이나 4지구 1~3층 상가 전체를 태웠다. 2005년 12월29일 밤 2지구 불로 1,000여 점포를 모두 태운 지 11년 만이다. 처음 신고한 1지구 경비원은 “바람 쇠러 나왔는데 4지구 쪽에 불길이 보여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신고접수 1분만에 소방관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번진 뒤였다. 소방당국은 “상가 내부에 방화벽이 따로 없고, 옷이나 원단 등 가연성 물질이 많은데다 유독가스가 가득 차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상가 주변 통로에 노점좌판 등으로 소방차 투입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피해확산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불로 상인들은 막대한 손해를 봤지만 대다수가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인들은 “도매업 특성상 연말 대목을 앞두고 많은 상품을 들여놓아 점포별로 1억~2억씩 총 피해규모가 1,000억 원을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1년 전 2지구 화재 당시 큰 피해를 입고 이 곳에서 정착한 상인들도 적지 않았다. 숙녀복 가게를 운영해 온 유영애(50ㆍ여)씨는 “당시 화재 때 가게가 전소돼 이쪽으로 옮겨와 겨우 자리잡았는데 살길이 막막하다”며 한숨지었다. 귀금속 가게를 운영해 온 신무순(58)씨는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앞두고 반지와 액세서리 등 40억 원어치를 금고 3개에 가득 채워 놓았는데 다 녹았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상가번영회가 가입한 화재보험(76억원)의 보상이 건물피해에 한정돼 있고, 일부 상인들만 개별적으로 최고 보상한도 3,000만 원의 화재보험에 든 것으로 알려져 보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에서 화재위험이 높아 계약을 꺼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화재가 나자 건물 내부에 설치된 1,300개가 넘는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한 것으로 보이지만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지 못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은 “최초 발화지점과 화인은 현재로선 말하기 어렵다”며 “48톤 용량의 지하저수조에 남은 물은 1톤밖에 되지 않은데다 천장에 닿을 정도로 상품을 적재, 아래까지 물이 스며들지 않아 불길이 잡히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문시장은 1922년 일제 강점기때 조성된 전통시장으로, 개설 이래 20차례가 넘는 잦은 화재가 발생했다. 점포가 밀집한데다 불에 잘 타는 원단이나 의류 등을 취급하는 곳이 많고, 화기를 많이 사용하는 노점상들이 통로를 막고 있어 유사시 초동진화가 어려운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당시 경비원들을 불러 발화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국립과학구사연구원 정밀현장감식과 CCTV 분석 등을 통해 정확한 화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이날 오전 11시25분 화재현장에 도착한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이번 화재로 많은 상인이 피해를 봐 가슴이 아프다”며 “지자체와 협의해 특별재난지역 선포 여부 검토 등 후속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문시장은 대지면적 3만4,944㎡, 연면적 9만3,070㎡(주차빌딩 제외)에 점포수는 총 4,600여 개로 이날 불이 난 4지구는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1만5,386㎡에 점포수는 모두 677개이다. 지하1층은 주차장, 지상 1층 액세서리ㆍ원단류, 2층 침구ㆍ한복류, 3층 의류, 4층 사무실 등이 들어서 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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