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 복실~ 네 옆에서 자고 싶어. 여기는 방이 너무 커.” 얼굴 표정과 목소리에 애교가 넘쳐난다. 가수 겸 배우 서인국(29)은 최근 종방한 MBC 드라마 ‘쇼핑왕 루이’에서 모성 본능을 자극하며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듯한 눈으로 주인을 바라보는 강아지처럼 해맑고 천진난만한 모습에 ‘애완남’(반려동물처럼 키우고 싶은 남자)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쉽게 얻은 ‘훈장’이 아니다. 서인국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재벌 2세 루이 역의 귀여움을 살리기 위해 인터넷에서 ‘강아지 동영상’을 보며 ‘공부’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서인국은 “루이란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할 때 강아지가 떠올랐다. 강아지가 낑낑대는 모습을 여러 영상으로 보며 참고했다”며 웃었다. 극중 황금자(황영희)의 무릎에 얼굴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 장면이 그 결과물이다.
서인국은 ‘쇼핑왕 루이’로 배우로서 보폭을 넓혔다. ‘응답하라 1997’(tvN)을 비롯해 ‘왕의 얼굴’(KBS), ‘너를 기억해’(KBS) 등의 드라마에서 선이 굵고 차가운 남성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그는 능청스럽게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며 반전을 줬다. 서인국의 활약으로 지난 9월 첫 방송 때 5%대(닐슨코리아)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쇼핑왕 루이’는 지난달 마지막 회에서 10.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서인국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맡아 시청률 두 자릿수를 밟은 것은 처음이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끝난 뒤 다른 작품에 출연하면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거나 흥행이 실패한다는 ‘응답의 저주’를 보기 좋게 풀었다는 말도 나온다. 이를 두고 서인국은 오히려 당황스러워했다. ‘응답하라 1997’을 끝낸 뒤 2013년 드라마 ‘주군의 태양’(SBS)에 출연해 시청률 20%를 넘겼는데 ‘응답의 저주’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응답의 저주’란 말에 재미를 느끼는 분들이 있는 건 알아요. 그렇다고 해도 ‘주군의 태양’은 빼놓고 얘기하는 건 좀 안타까워요. 단지 주인공을 안 해서? 서브(극중 두 번째로 비중이 높은 역)도 주연이잖아요.”
2009년 Mnet ‘슈퍼스타K’에서 우승해 가수로 먼저 데뷔한 서인국은 요즘 연기의 재미에 푹 빠진 눈치였다. 서인국은 인터뷰 하는 내내 “기분이 업 돼 있다” “신난다”는 말로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작품을 관심사로 누군가와 연기 얘기를 하는 게 그만큼 즐겁다는 뜻이다. 그는 ‘쇼핑왕 루이’ 종방연에서 회식 장소를 옮기다 만난 팬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몸을 들썩이며 춤도 췄단다. 서인국은 올해 들어 ‘연기의 맛’을 알게 됐다. 드라마 ‘38 사기동대’(OCN)에서 사기가 일상인 양정도 역을 연기한 게 큰 계기가 됐다. 서인국은 “‘38 사기동대’를 만나면서 비우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20%쯤 뺀다 생각하고 연기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연기를 못한다는 소릴 듣더라도 그렇게 해달라고요. 처음엔 못 알아들었죠. 고민하다 보니 와 닿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감정을 덜어서 표현해 보는 이로 하여금 더 큰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게끔 하는 일을요.”
서인국은 내년 입대를 앞두고 있다.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물론 아쉽지만 무조건 필요한 시간”이라고 힘줘 답했다. “군에서의 시간이 연기와 음악 활동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서인국은 “(군대에)적응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입대 전 팬들을 위해 깜짝 선물도 준비했다. 서인국은 직접 작사와 작곡을 한 노래를 곧 공개한다.
“일하면서 즐거움을 찾는 편이에요. 최근 성동일 선배 주최로 ‘응답하라 동창회’를 했는데 정말 신기했어요. 보라(류혜영)의 엄마(이일화)가 경찰에 검문을 당하는 딸 지키는 모습을 보며 울고,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박보검)’의 줄임말)을 응원했거든요. 제가 앞으로 겪어야 할 군 생활도 기대돼요. 단체 생활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난 뒤 달라질 2년 뒤의 제가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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