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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의 자강(自彊), 트럼프의 자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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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의 자강(自彊), 트럼프의 자강

입력
2016.11.3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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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달 후면 정유(丁酉)년 새해를 맞는다. 벅찬 기대와 희망의 새해를 맞는 덕담을 건네야 하는데 왠지 새해가 다가오는 것이 무겁게 느껴진다. 내년은 임진년보다 더 가혹하고 처절했던 정유재란이 발발한 지 7주갑(1주갑은 60년)이 되는 해다. 420년 전 조선에서는 암울한 정유년 아침을 맞았다. 기만과 사기로 점철된 3년여 강화협상이 실패로 끝나면서 재침의 기미는 무르익고 있었다. 왜군(倭軍)은 수륙병진에 유일한 걸림돌이었던 이순신을 제거하기 위한 계략을 썼다. 조선 조정이 그대로 걸려들었고 제 구실을 못했던 임금은 앞장을 섰다. 이순신은 겨우 죽음을 면하고 백의종군의 길을 떠나야 했다. 이순신이 자강불식하며 키웠던 140여척 판옥선과 1만여명의 조선수군은 칠천량 단 한 번의 전투에서 미리 도망친 12척을 제외하고 전멸했고 재해권을 상실했다. 그러나 이순신이 다시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어 그 열두척으로 명량의 기적을 만들었고 조선의 바닷길을 틀어막았다. 유성룡은 ‘징비록’에서 피맺힌 임진왜란 7년의 교훈을 후세에 남겼다. 그의 절규에 가까운 역사에 대한 기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강(自彊),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부르짖음이었다. 힘이 없어 침탈의 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원을 나왔던 명군(明軍)에게조차 수모를 당했으니 그가 외친 자강의 의미는 남달랐다. 불행히도 지난(至難)했던 자강의 역사는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 자강의 바람이 지금 태평양 건너에서 불어오고 있다. 정유년 벽두에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취임할 도널드 트럼프는 유달리 자강을 강조한다. 미국을 더 부강하게 만들려 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힘을 통한 평화”를 주창하며 강한 미국을 만드는 힘의 원천으로 군사력을 꼽는다. 2015년 기준 미국의 국방비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6,000억달러가 넘는다. 2위인 중국부터 영국, 프랑스, 일본, 독일, 러시아 등 상위 10개국의 국방비를 다 합쳐도 미국의 그것에 3분의2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미국의 국방비를 두 배 가까이 올려 군사력의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한다. 물론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상하 양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지원으로 최소 두 자리 수 정도의 증가율이 예상된다. 국방비는 낭비가 아니며 외교력을 포함한 소프트파워는 강력한 군사력이 뒷받침되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현실주의적인 인식을 트럼프는 가지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국방비 삭감 현상은 트럼프 정부 아래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강력한 미국을 만들겠다는 미국의 자강 노력이 세계적 파장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적과 직접 대치하고 있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상시적으로 노출된 한국에 대해서는 더욱 노골적이다. “한국은 잘 사는 나라로 국방비를 너무 적게 쓰고 있다”며 주둔비용을 더 내라고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의 자강 노력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우리나라 내년도 국방예산은 처음으로 40조원을 상회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2.4% 수준으로 세계 평균 수준이고 국방비 증가율도 4%에 불과하다. 미국이 GDP 대비 3.7% 가까이 부담하면서 두 배 가까운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데, 안보 고위협 국가의 상징인 한국이 이 정도라면 트럼프의 시각에는 성에 차지 않을 듯싶다. 트럼프에게 비위를 맞출 필요는 없지만, 당면 안보 위협으로 치면 우리만 한 나라가 어디 있는가. 분단된 오늘의 현실에서 생존과 번영을 위한 자강 노력은 국가 최고의 가치다. 자강은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되어야 하며, 예산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트럼프의 요구 이전에 우리 스스로 자강노력을 기울이고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드파워를 전면에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와 접점을 찾기도 쉬울 것이다.

장광일 동양대 국방과학기술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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