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욱 kt 감독/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김진욱(56) kt 신임 감독은 지난 10월 선수단 상견례 자리에서 선수들에게 '과제'를 하나 냈다.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공개한 김 감독은 "내 번호를 다 등록하고, 모바일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내라. 어떤 이야기를 하든 비밀 보장할 테니 하고 싶은 말을 해라"고 말했다.
감독과 선수들은 시즌 중이면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한다. 하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사이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내가 선수를 할 때도 코칭스태프가 어려우면 못 다가갔다. 그런데 그게 성장하는데 참 안 좋다는 걸 많이 느꼈다"며 "두산 2군 코치 때도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선수들이 질서가 없거나, 무례하게 행동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kt에서는 소통을 더 강조하고 있다. 신생팀이다 보니 젊은 선수들이 많지만 2년간 최하위에 머물면서 팀의 분위기는 어두운 편이기 때문이다. 분위기를 밝게 바꾸기 위해서는 소통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 감독은 "다가가는 건 언제든지 자신 있지만, 내가 일방적으로 다가간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 상견례날 갑자기 '모바일 메신저'가 생각났다"며 웃음지었다.
선수에게 감독은 한 없이 어려운 존재다. 모바일 메신저라고 쉬울 리가 없다. 감독의 명에 따라 메시지를 먼저 보내지만, 대부분 "몇 번 누구입니다"라고 어색한 시작을 연다. 김진욱 감독은 "72번 김진욱 감독입니다"라고 답변을 보낸다. '대화'의 시작이다. 김 감독은 "그러고 나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중 하나의 메시지가 다시 온다"며 웃었다.
선수들의 멘트에 따라 김 감독의 답도 계속 이어진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는 선수에게는 '열심히 하지마'라고 한다. 그러면 선수도 고민하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하고 답한다"며 웃었다. 김 감독이 말해주고 싶은 '핵심'은 여기에 있다. 그는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는 건 프로로서 기본이야. 그러니까 즐겁게 해, 재미나게 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선수도 자연스럽게 "감사합니다. 즐기겠습니다"라며 달라진 '자세'를 보여준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하는 선수에게는 "무슨 부탁인지 말해야 들어주지"라며 또 다른 대화를 유도한다. 그러면 선수는 "저는 수비가 자신있습니다" "제가 자신 있는 부분은 무엇무엇입니다"하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김진욱 감독은 "한 번으로 대화가 끝나는 선수들도 있지만, 대부분 이야기를 계속 나누게 된다. 그렇게 몇 번 대화를 주고 받다 보면 선수가 나에게 확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선수도 감독하고 가까워진 게 느껴지지 않겠나"라며 미소를 지었다.
팀을 이끌어갈 방향을 설명하고, 이를 통해 선수들을 독려하는 것도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가능하다. 김 감독은 "하위 지명으로 입단한 선수들은 '(어렵게 왔으니) 그만큼 남들보다 더 노력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내더라. 그러면 나는 '그건 아니다'고 이야기해준다"고 밝혔다. "네가 육성선수로 들어온 건 아마추어 때의 모습으로 받은 평가다. 프로에 들어온 순간부터 2차 1번이든, 육성 선수든 나는 공평하게 출발하게 한다. 편견을 두지 않을 거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다시 평가를 받는 거다. 야구에 한 번 미쳐봐라"는 사령탑의 설명이 이어진다. 선수는 자연스럽게 더 강한 동기부여를 얻게 된다.
'모바일 메신저'가 몰고 온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김 감독은 "대화를 나누고 다음에 만난 선수들은 나를 보는 눈빛과 표정부터 다르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선수단의 무거운 공기도 조금씩 걷히고 있다. 선수단과 초 밀착 스킨십에 나선 김진욱 감독이 확실히 달라진 kt를 예고하고 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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