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미국 롱비치터미널 인수 의사를 밝힌 SM(삼라마이다스)그룹이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현대상선과 절반씩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소 4,000억원에 이르는 인수대금을 혼자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3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SM그룹은 한진해운이 소유한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를 현대상선과 나눠서 인수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최근 정부에 이런 의견을 전달했다.
앞서 법원은 한진해운 자산 매각 본 입찰에서 SM그룹의 대한해운에 롱비치터미널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줬다. 당시 대한해운은 구체적인 입찰가를 적어내지 않았고, 법원은 매각 주관사를 통해 지난 28일 현대상선과 한앤컴퍼니로부터 가격제안서를 비공개로 제출받았다. 현대상선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누구와 손을 잡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법원은 자금 문제 등으로 대한해운의 인수가 속도가 나지 않자 롱비치터미널 2대 주주인 스위스의 대형 선사 MSC 및 대주단과 협의해 기준 가격을 정하고자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곧 적정 가격을 결정한 뒤 우선협상대상자인 대한해운에 제시할 예정이다. 대한해운이 수용하면 롱비치터미널을 단독으로 인수할 수 있지만 자금 사정상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전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6개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약 3,000억원을 대출받았다. 대주단이 대출금 3,000억원을 터미널 인수자가 떠안을 것을 요구하는데다, 터미널 운영 자금 1,000억원을 더하면 인수자금은 최소 4,000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수자금이 부족한 것은 대한해운만의 사정이 아니다. 유력한 인수자로 꼽혔던 현대상선도 자체자금 조달이 어려워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상선은 지난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3분기에도 2,303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대한해운은 해운업 육성차원에서 산업은행이 나서 롱비치터미널을 인수하면 지분을 현대상선과 나눠 갖는 방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런 계획이 성사되려면 현대상선의 동의 및 정부 지원이 있어야 한다.
롱비치터미널의 국내 인수 협상 기업은 늦어도 내달 중순 결정될 전망이다. 롱비치터미널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스위스 선사 MSC는 다음달 15일까지 국내 입찰 절차를 마무리하라고 최후 통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MSC와 대주단은 국내 업체와의 협상 상황에 따라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한 뒤 신규 증자를 거쳐 MSC가 롱비치터미널 지분 100%를 되사는 방식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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