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 찾기에 함께 나선 듯
“당권만은 놓지 않겠다” 의도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임기 단축 카드를 꺼내든 데 대해 당내에서는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이심전심으로 최후의 탈출구 찾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서청원ㆍ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 핵심 중진 의원들이 전날 이례적으로 오찬 회동 사실을 공개하며 “개헌을 통한 질서 있는 퇴진” 필요성을 제기하고, 박 대통령이 하루 만에 화답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당권만큼은 놓지 않겠다는 게 숨은 의도라도 해석이 많다. 그래야 훗날을 도모할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발표가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은 전날부터 무성했다. 청와대 비서실이 밤늦게까지 내부 대책회의를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고 언론과의 접촉면을 넓혀오던 한광옥 비서실장 등 참모진들이 일체의 언론 접촉을 끊으면서 이 같은 전망에 더 힘이 실렸다. 당시 박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기보다는 명예로운 퇴진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친박 중진 의원들의 회동 결과를 허원제 정무수석을 통해 전달받은 상태였다.
평소 정치 스타일에 비춰 박 대통령은 이 시간 동안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심을 굳히면서도 이후 정국을 어떻게 주도할 것인지도 심사숙고 했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한 고위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 이후 박 대통령과 이정현 대표가 매일같이 통화를 해 왔는데, 어제는 박 대통령이 이 대표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며 “이 대표도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해 울분을 토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박계가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 발언을 계기로 탄핵을 중단하고 개헌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국 주도권을 상실한 만큼 속내는 딴 데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비박계의 탄핵 드라이브에 밀려 당권을 놓는 사태만은 막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표출됐다. 박 대통령의 사퇴 선언이 정치적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 대표의 사퇴가 뒤따랐어야 하는데, 이 대표는 이날 “12월 21일 사퇴한다고 이미 밝혔다”고 조기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사퇴 의사까지 밝힌 상황에서 탄핵에 찬성한다면 친박계는 이를 해당행위로 몰아가려 할 것”이라며 “이 대표가 끝까지 당권을 놓지 않는 것도 결국은 탈당ㆍ분당 국면만큼은 자신들이 주도하겠다는 뜻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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