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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전도사 이만수 “재능기부는 역전 홈런입니다”

입력
2016.11.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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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프로야구 SK 전 감독이 29일 인천 송도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이만수 프로야구 SK 전 감독이 29일 인천 송도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이만수(58) 프로야구 SK 전 감독은 요즘 ‘헐크’ 같은 힘으로 강행군을 하고 있다. 이달 들어 쉰 날은 지난 26일 단 하루뿐이다. 야구 재능기부와 강연 등으로 불러주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SK 감독직에서 물러난 2014년 11월 이후 2년간 야구 강습을 위해 찾은 장소는 80여 군데, 새로 산 자동차 주행거리는 8만㎞를 훌쩍 넘어섰다. 29일 인천 송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만수 전 감독은 “한 달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며 “열정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이라 목이 잘 잠기는데 목소리가 잘 나와 다행”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야구 일지를 보고 있는 이만수 전 SK 감독.
자신의 야구 일지를 보고 있는 이만수 전 SK 감독.

라오스의 야구 대통령

이 전 감독은 요즘 불모지 라오스에 야구를 보급한 ‘야구 전도사’로 통한다. SK 감독 재직 시절 2013년 11월 라오스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지인에게 연락을 받아 처음 인연을 맺고 용품 지원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4년 말 처음 라오스로 건너가 미니야구팀 ‘라오 브라더스’ 창단 작업을 진행하며 본격적인 야구의 씨를 뿌렸다. 이 전 감독은 “2013년 지인에게 부탁을 받고 내 키만한 야구 용품 7박스를 보냈다”며 “라오스에 야구단을 만들려고 할 때는 20명 정도 밖에 안 됐는데 지금은 초등학교 야구부도 3팀을 창단하는 등 선수가 100여명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라오스 정부로부터 야구 활성화 공로를 인정 받은 이 전 감독은 지난 7월 라오스 총리가 수여하는 훈장을 받았다.

야구를 전파하는데 가장 중요한 일은 지도자 파견이었다. 이 전 감독은 일을 도와주는 박현우 코치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 라오스 대사관을 찾아 지도자 파견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고, 결국 올해 3월1일 권영진 전 대구고 감독을 현지로 파견했다. 또한 한국국제협력단 해외봉사단의 지원으로 리틀 야구를 오래 지도한 박종철 감독이 라오스로 향했다. 민간 외교관이 된 이 전 감독은 “물질적으로 도움을 줘도 지도자가 없으면 야구를 할 수 없다”면서 “다행히 2명을 파견했고, 라오스에서 야구를 4년째 했던 친구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며 즐겁게 야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라오 브라더스 선수단과 함께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을 찾은 이만수(왼쪽) 전 감독. SK 제공
지난 8월 라오 브라더스 선수단과 함께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을 찾은 이만수(왼쪽) 전 감독. SK 제공

야구 인생 3막, 재능기부는 역전 홈런

이 전 감독은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전설 중 한 명이다. 1982년부터 1997년까지 삼성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선수 생활을 했고, 1999년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 화이트삭스 코치로 2005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2011년 8월부터는 SK 감독대행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지휘봉을 잡았다. 이 전 감독은 “47년 그라운드에 있는 동안 정상을 향해 줄곧 달려왔다”며 “정상에 오르면 행복하고 즐거울 줄 알았는데 그런 기쁨은 1주일도 안 가더라. 그래서 지도자를 할 때 야구로 할 수 있는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을 적은 목록) 22가지를 적어 자유로운 신분이 될 때 이를 행동으로 옮기자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버킷 리스트에는 야구 해설, 재능기부, 야구 아카데미, 야구 학교 신설, 자서전, 강연, 해외 야구 교육, 불모지 야구협회 창설 등 다양했다.

이 전 감독은 “버킷 리스트를 하나 하나 해나간다는 자체가 즐겁다”면서 “현역 때보다 더 바쁘게 사는 것 같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감독할 때보다 쓰는 돈이 1.5배는 많다고 하더라. 평생 야구로 사랑을 받고 챙기기만 했는데 나누는 삶을 살고 있어 행복하다. 현장을 떠나면 아무 것도 없는 줄 알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나에게 재능기부는 역전 홈런과도 같다”고 강조했다. 이 전 감독은 또한 “재능기부를 다녀온 학교의 한 학생에게 ‘나중에 프로 선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감독님처럼 재능기부를 하겠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듣고 힘들다는 생각이 다 사라졌다. 단 한 명이라도 이만수 감독님처럼 봉사 하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 참 뿌듯하다”면서 “헐크 재단에 5억원을 쌓고 제대로 시스템을 갖춰 몇 년 운영하다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손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야구로 받은 사랑을 죽을 때까지 나눠주자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감독의 쉼 없는 일정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내년 1월5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인들을 대상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17일부터 22일까지는 라오스에서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싱가포르 등 총 10개 팀이 참가하는 야구 대회에도 참석한다.

글ㆍ사진=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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