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공식화하면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제조와 금융계열사를 분리하는 지주회사 설립이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미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 계열사를 한 곳에 묶는 작업은 상당부분 진행됐다. 금융지주회사가 되려면 상장 금융 자회사 주식은 30% 이상, 비상장사 주식은 50% 이상 보유해야 되고, 해당 자회사의 최대주주여야 한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화재(14.98%) 지분을 제외하고 삼성증권(30.1%), 삼성카드(71.86%), 삼성자산운용(98.73%) 지분을 모두 30% 이상 확보한 상태다.
물론 앞으로 갈 길이 멀긴 하다.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삼성화재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30% 이상 높여야 하고,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7.2%)도 처분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30%를 확보하려면 약 2조원이 필요한데, 현행법상 가능한 투자여력(보험사의 계열사 투자한도 총자산의 3% 미만)은 3,000억원에 불과하다.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 등 계열사가 아닌 시장에 매각할 수도 없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이 일단은 삼성물산이나 삼성생명의 지주회사 분할을 통한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삼성물산 지주회사에 삼성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경우 계열사 지분정리 등을 위해 유예기간을 최대 7년까지 준다. 이 기간에 삼성생명이 삼성물산에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고 삼성화재 지분을 30%까지 매입해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성공한다는 시나리오다. 또 현재 지배구조에서 삼성물산이 지주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삼성생명이 분할을 통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도 있다. 이 경우에 삼성생명 사업회사에 삼성전자 지분을 보관한 뒤 처분해야 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상당 시간이 걸리겠지만 삼성이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승계하고, 안정적인 지배력을 강화하려면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해 경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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