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뒤엎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는 즉각 글로벌 증시에 큰 발작을 일으켰다. 당선 확정 직후 열린 아시아 증시는 초토화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5% 넘게 폭락했고, 국내 코스피 지수도 2.25% 급락했다. 충격적 당선, 인물에 대한 불안, 신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적 공약이 국제질서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일대 충격을 가한 것이다. ‘발작’이라는 의미의 영어단어 ‘탠트럼(tantrum)’을 트럼프 이름에 합친 ‘트럼프 탠트럼(트럼프 발작)’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 트럼프 탠트럼은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이란 용어에서 파생됐다. 테이퍼 탠트럼은 주로 선진국의 양적 완화 축소와 금리상승 기대로 글로벌자금이 선진국으로 회귀하면서 신흥국 통화 가치와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1994년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멕시코 페소화 붕괴, 2013년 미국 양적 완화 축소 방침에 신흥국 통화ㆍ주식ㆍ채권이 일제히 급락한 것 등이 대표적 예다. 반면, 트럼프 공약은 오히려 경기부양을 위한 적극적 ‘돈 풀기’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과는 다르다.
▦ 트럼프 탠트럼은 당선 당일 요동쳤던 글로벌 증시가 이내 안정되면서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는가 싶었다. 미국 증시는 적극적 경기부양 기대감 등으로 오히려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트럼프 당선자의 적극적 재정정책이 초래할 미국 내 인플레이션 기대감과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가 뒤섞여 향후 미국 금리 상승 기대감이 강해지면서 트럼프 탠트럼이 뒤늦게 글로벌 금융시장 곳곳을 뒤흔들고 있다.
▦ 미 대선 후 지난 25일까지 페소화와 위안화 등 신흥국 통화 가치가 줄줄이 급락하고 있다. 멕시코는 페소화가 무려 12.7%나 떨어지자,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4.75%에서 5.25%로 무려 0.5%포인트나 올려야 했다. 위안화는 2.2% 떨어지는데 그쳤지만, 가치는 달러당 7위안에 육박해 8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도 트럼프 탠트럼의 파장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원화 가치 급락세는 물론이고, 시중금리(금융채)가 한 달 만에 무려 0.5%포인트 급등하며 은행 대출금리의 줄인상 현상을 빚고 있다. 부지불식간에 저금리 호시절이 끝나는 것 아닌가 싶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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