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정몽구 회장 건강 걱정도
SK “재단 출연 후 면세점 탈락”
롯데 “올해 압수수색만 3번”
면세점 로비 의혹 등 해소 부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30일 시작되는 가운데 그룹 총수들이 증언대에 서는 모습이 전 세계로 생중계될 것을 우려하는 각 기업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재계의 신경은 총수들이 총출동하는 내달 6일 국정조사장으로 이미 가 있다. 이날 국정조사에는 국내 10대 그룹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현대차) 최태원(SK) 구본무(LG) 신동빈(롯데) 허창수(GS) 김승연(한화) 조양호(한진) 회장 등 8명의 총수들과 재계 12위 규모인 CJ그룹의 손경식 회장까지 총 9명의 총수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기업인 숫자와 총수들의 면면을 따지면 역대 청문회 중 최대다.
그러나 연말 인사와 신년 경영 계획 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 총수 출석이 예정되며 각 사의 경영은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총수가 증인으로 서는 9개 그룹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올해 정부 예산(375조원)의 2.4배인 910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인 1,559조원의 58%가 넘는 규모다. 게다가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비롯한 9개 기업 모두 국내보다 세계 시장이 주 무대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한 점의 의혹 없이 해소하는 건 중요하지만 청문회를 해외에서도 볼 텐데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을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외신들은 이번 국정조사를 집중 보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령인 1938년생인 정 회장과 39년생인 손 회장의 경우 건강도 문제다. 정 회장은 역대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 중 최고령 기록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진 ‘한보사태 청문회’(1997년) 당시 74세였던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최고령이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할 때도 다른 그룹 총수들과 달리 항상 부회장을 배석시켜 보필을 받을 정도였다”고 걱정했다.
총수들의 말 한마디에 기업의 명암이 엇갈릴 수 있다는 점도 위험요소이다. 그렇다고 ‘모른다’고 일관할 수도 없다. 한화 관계자는 “김 회장의 경우 2011년부터 재판을 받으며 경영에서 손을 떼 세세한 부분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해도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정된 시간으로 인해 결국 망신주기로 끝나는 것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검찰이 10시간 넘게 조사해도 밝히지 못한 진실을 공개 석상에서 몇 분 안에 드러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과 정치권, 검찰의 힘겨루기 속에 기업들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각종 의혹들을 해소하고 억울함도 호소하겠다는 전략이다. SK와 롯데의 경우 면세점 사업권을 받기 위해 청와대에 민원을 넣고 그 ‘청탁 대가’로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낸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SK 관계자는 “워커힐 면세점 사업권을 잃은 것은 지난해 11월이고, 미르 재단 출연을 결정한 것은 이에 앞선 10월이었다”며 “재단 출연금이 뇌물이었다면 면세점 재승인 때 탈락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도 “롯데면세점의 경우 올해 압수수색만 3번을 당했다는 점을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최대한 조사에 성실히 임하면서 불확실성 속에 갈수록 커지는 기업들 고충도 적극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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