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클래식에서 승점 43점으로도 강등당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클래식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 수 있는 거죠.”
최근 프로축구 강원도민프로축구단(강원FC) 구단 홈페이지에 한 축구팬이 올린 글이다. 그는 “(클래식 무대에서)정말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내년에 ‘승점 자판기’가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중위권 이하 팀들을 상대로 무조건 1승 이상을 해야 하는데, 현재 전력으로는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며 “제발 선수보강과 조기 전지훈련으로 내년을 준비했으면 한다”고 적었다. 클래식(1부 리그) 복귀라는 감동에 도취하지 말고, 구단이 내년 이후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음을 지적한 뼈 있는 조언이었다. 최윤겸(54) 강원FC 감독 역시 지난 20일 성남을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제치고 클래식 무대 복귀를 확정 지은 뒤 인터뷰에서 “현재 멤버만으로 클래식 무대에서 상대하기는 벅차다. 생존하기 위해선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원FC가 4년 만에 프로축구 1부 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투자와 수익구조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생존을 위한 첫 단계는 선수 보강이다. 강원FC는 올 시즌 31명의 선수로 시즌을 치렀다. 이 가운데 29명의 선수가 그라운드를 밟았고, 1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는 21명이었다. 챌린지 무대보다 수준 높은 클래식 팀을 상대하기에는 숫자적으로 절대 부족하다. 내년 시즌 강원FC의 1차 목표인 상위 스플릿(1~6위)에 오르려면 A클래스급 선수가 최소 2, 3명은 더 필요하다는 게 구단 안팎의 진단이다.
K리그에서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 두 시즌 연속 클래식 무대에 잔류에 성공한 승격팀은 광주뿐이다. 지난해 ‘한국의 레스터시티’라는 찬사를 받았던 수원FC도 벨기에 대표 출신 마빈 오군지미(29) 등을 영입하고도 클래식 잔류에 실패했다. 우수선수 영입은 물론 선수층이 두터워야 클래식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다.
강원도는 내년도 예산안에 선수 영입 등 강원FC 지원을 위해 40억 원을 편성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승강 플레이오프가 끝나기 전 세워 놓은 예산으로 내년도 1차 추경예산에서 지원금액을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메인 스폰서인 강원랜드와 홈 구장이 있는 강릉시와도 구단 운영비 증액을 위한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강원도는 올해 84억 4,000만 원인 구단 예산이 내년 시즌에는 30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원FC는 내년 시즌 성적과 함께 구단 수익구조 개선이라는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강원발전연구원 김태동(47) 박사는 “구단의 장기적인 스폰서십 유치를 위해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같은 네이밍(naming) 마케팅 도입을 검토해 볼 만 하다”고 제안했다. 김 박사는 이어 “경기 입장권과 지역특산품 할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에서 선보였던 구단 신용카드 등 수익구조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단 측은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착지장을 경기장으로 개조, 축구와 공연, 레저스포츠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지 두 시간 축구를 보는 것에서 벗어나 반나절 이상 관중들을 알펜시아 리조트에 머물게 하려는 신개념 스포츠 마케팅에 나서겠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조태룡(51) 강원FC 대표는 최근 열린 포럼에서 “내년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이 목표”라는 깜짝 놀랄만한 발언을 했다. 그는 “K리그 최고 명분 구단인 전북 및 서울과 ‘맞짱’을 뜨고 싶다. 200억 원쯤 있으면 챔피언스리그 가서 실수로 우승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유쾌한 도발 의지도 밝혔다. 그리고 성적과 구단 운영에서 모두 성과를 내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지난 시즌 강원FC는 2부 리그에서도 7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 중반까지도 강원의 승격을 예상한 팬이나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구단 사무국 직원과 감독, 선수들이 합심해 작은 기적을 이뤄냈다. 내년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도 언더독(Underdog) 강원FC의 반란이 이어질까.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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