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
9개월 만에 하락 반전해 96.7
올 들어 꾸준히 오르던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 기대감이 9개월 만에 꺾이며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ㆍ대출 규제와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경색된 탓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이 29일 발표한 ‘11월 전국 주택 매매 동향’에 따르면, ‘KB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지난달(113.1)보다 16.4포인트나 급락한 96.7를 기록했다. 3개월 후 아파트 가격 변화 예상치를 토대로 한 이 지수는 기준치인 100을 넘으면 향후 가격 상승 기대감이 더 높고, 100을 밑돌면 하락 기대감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이 지수는 올해 2월 89.8을 기록한 뒤 8개월 연속 상승하다 이달 들어 급락했다. 특히 서울 지역 전망지수(95.5)가 지난달(124.5) 대비 29.0포인트나 하락해, 불안감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97.2)도 지난달 대비 23.2포인트나 하락, 역시 100을 밑돌았다.
주택 매수세가 얼마나 강한지를 나타내는 ‘매수우위지수’도 전국적으로 100을 밑돌았다. 11월 전국 매수우위지수는 지난달보다 22.1포인트 떨어진 66.2에 그쳤고, 특히 서울은 44.1포인트나 떨어진 80.7을 기록했다. 매수우위지수가 100을 밑돌수록 매수세가 낮다는 의미여서, 낙폭이 크다는 건 그만큼 구매의사를 급히 접었다는 신호다. 임희열 국민은행 가치평가부 팀장은 “11ㆍ3 부동산 대책과 최근 집단대출 규제안에 더해 미국 대선 결과, 내수 침체 등이 시장 불확실성을 높여 서울ㆍ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각종 규제로 아파트 구입은 어려워지고 구입 의사까지 줄어들면서 갈수록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향후 주택가격이 20% 급락할 경우, 부채가 많은 고위험가구를 중심으로 최대 28조8,000억원에 달하는 금융권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위험가구가 모든 자산을 팔아도 갚지 못하는 금융권 대출 규모가 이 정도라는 것이다.
이 경우 국내 금융권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2%포인트 하락하는데, 기업 부실이라는 ‘복합충격’까지 더해지면 국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예산정책처는 “복합충격이 발생할 경우 은행의 안정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규모 인출사태(뱅크런)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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