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조~70조 현금보유 규모 유지
내년부터 분기 배당도 실시키로
삼성전자가 29일 65조~70조원의 현금 보유 규모를 유지하면서 이를 초과하는 액수를 주주 환원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회사의 중장기 발전을 위한 투자 재원을 손상시키지 않는 선에서 친(親)주주 정책을 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삼성전자가 내놓은 주주환원 정책 가운데 주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었다. 배당금은 주주들에게 현금으로 바로 지급되고,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주당 가치가 그 만큼 오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배당 규모를 지난해 3조1,000억원에 비해 30% 증가한 4조원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내년 자사주 매입에는 올해 잉여현금흐름의 절반 가운데 배당을 하고 남는 재원과 지난해에서 이월된 8,000억원이 활용될 예정이다.
내년부터 분기 배당을 실시하기로 한 것도 예상을 뛰어넘는 조치였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상장기업 중 투자조합 등을 제외하고 분기 배당을 실시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며 “인텔,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이미 분기 배당을 실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주주 비율이 50%나 되는 만큼 주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안정적 기업 운영과 중장기 지속 성장을 위해 65조~70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영업 활동으로 돈을 벌어들이면 65~70조원을 먼저 확보한 다음 나머지 금액을 잉여현금흐름으로 분류하겠다는 이야기다. 65조~70조원은 시설 투자, 연구개발(R&D) 투자, 운전 자본 확보, 인수합병(M&A), 급격한 시장 변화 대응을 위한 투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삼성전자가 기본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본 적정 액수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요구를 받아들여 무리한 주주친화 정책을 내놓기 보다 현실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배당 규모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은 아니었다”며 “적정 현금 규모를 넘으면 언제든 환원에 나서겠다고 밝힌 방향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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