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진격 외엔 선택지 없어
오늘 3野 대표 회동서 일정 논의
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당ㆍ정의당 등 야3당은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가 탄핵을 피하려는 꼼수라며 ‘야권 단일대오’를 강조하면서도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탄핵추진 방침에는 변함이 없지만, 새누리당 비박계의 이탈로 탄핵 대열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내달 2일로 잡은 ‘탄핵 디데이(D-day)’가 9일로 미뤄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한 시각에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이를 지켜봤다. 우상호 원내대표와 의원들은 ‘국회가 정한 일정과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대목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박 대통령의 ‘즉각 탄핵’을 주장하며 반발했다. 한 초선의원은 “국회에 모든 문제를 떠넘기면서 탄핵과 촛불집회 동력을 동시에 꺼뜨리겠다는 것”이라며 “면피 의도가 명백한 담화”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 역시 각각 의총과 상무위원회를 긴급소집,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한 당의 대응책을 논의하고, 탄핵을 일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은 일단 박 대통령의 담화를 정면 거부, 예정대로 내달 2일 본회의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처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박 대통령이 탄핵안 처리를 늦추려는 의도를 드러낸 상황에서 이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00만 촛불과 5,000만 국민의 뜻을 받들어 헌법에 입각, 흔들림 없이 탄핵에 매진하겠다”고 전했다.
탄핵안 가결의 정족수(200명)를 채우기 위해선 새누리당에서 최소 28명의 의원들이 동조해야 한다.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의 담화 이후 새누리당 비박계에서 이탈자가 생기면서 탄핵안 가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고 야권에게 탄핵 이외의 다른 선택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대통령 즉각 퇴진’에 대한 응답이 없는 상황에서 야권이 탄핵을 망설였다가는 오히려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의 퇴진 방식을 두고 여야 논의가 장기화하면 국민의 비판과 책임론이 국회로, 야권으로 쏠릴 수 있다. 더구나 이런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은 개헌론을 다시 띄워 탄핵 정국 ‘물타기’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어, 야당으로선 여러모로 불리한 국면에 놓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 탄핵안을 밀어 붙일 수밖에 없고, 또한 국회에서 부결된다 해도 야권에게는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심을 외면한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론이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만약 탄핵이 부결되더라도 그건 또 다른 국면이 될 것”이라며 “어차피 야당은 탄핵을 접을 수 없는 상황이고, 그렇다면 탄핵 추진에 머뭇거릴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야권에서도 탄핵안의 본회의 의결을 내달 2일에서 9일로 일주일 연기하는 방안이 비중 있게 거론된다. 국정공백 해결을 위한 ‘선(先) 거국개각 구성’ 등 ‘역제안’을 해, 새누리당 비박계의 탄핵 동참을 이끌어낼 시간과 명분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야권 핵심관계자는 “새누리당에서 내달 2일은 탄핵이 어렵다는 기류가 있어 분위기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준비 조건이 안 되면 9일 본회의 의결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야3당 대표는 30일 회동을 갖고 탄핵 일정을 포함,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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