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강도높은 조사 일단 귀가
현기환(57)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엘시티 사업비리 관련 혐의로 29일 검찰에 출석했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임관혁)는 이날 현 전 수석을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검찰조사에 앞서 현 전 수석은 각종 의혹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고 짧게 답했다. 검찰은 현 전 수석을 12시간넘게 강도높은 조사를 한 뒤 이날 오후 10시께 귀가시켰다. 검찰은 조만간 현 전 수석을 다시 소환할 예정이다.
검찰은 현 전 수석이 엘시티 시공사 유치와 자금조달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전 수석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근무했는데 이 기간 엘시티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현 전 수석의 청와대 근무시점에 포스코건설 대표를 만나 엘시티 사업이 술술 풀린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에는 엘시티 시행사가 16개 금융기관과 1조7,800억원 규모로 PF대출약정을 체결하며 자금난을 한방에 해결, 검찰은 이 과정에 현 전 수석이 개입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엘시티 시행사가 부산시청 등에서 특혜성 인허가를 받을 때 현 전 수석이 개입했는지도 검찰이 조사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이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 검찰이 밝힌 현 전 수석의 혐의는 ‘알선수재 등’이다. 조사결과에 따라 혐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알선수재는 대가를 받고 다른 사람의 업무가 잘 처리되도록 중간에서 알선한 경우에 성립된다.
법조계에서는 현 전 수석이 청와대 정무수석 당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가를 받았다면 형법상 알선수뢰죄 적용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또 알선수재 혐의는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사람이 공무원이 아니거나 대상이 금융기관일 때도 적용될 수 있다. 검찰이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현 전 수석을 상대로 엘시티 시공사 선정과정과 막대한 PF대출약정 과정에 개입했는지 등 각종 의혹을 전반적으로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검찰이 현 전 수석의 알선수재 혐의를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회장과 현 전 수석 모두 금전이 오간 사실을 일체 부인하고 있고, 현 전 수석에게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하려면 이 회장에게도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돼야 하는데 1차 기소에서는 빠졌다. 현 전 수석이 금품을 받았다 해도 대가성을 입증하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다.
현 전 수석은 앞서 지난 21일 “이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어떤 청탁이 나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관련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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