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발생 13일째
100여명 직원 비상 동원
인접 농가 포함해 3단계 방역
29일 국내 최대 닭 산지 경기 포천시(전국의 7~8%) 외곽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의 양계기업 가농바이오 농장 정문 앞은 대형 산란장 치고는 이상하리만큼 잠잠했다. 2,000여㎡ 대형 계사동이 즐비한 농장 앞 굳게 잠긴 철제문에는 ‘출입통제’ 문구가 새겨진 안내문이 내걸려 심각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박형복 가농바이오 이사는 “전 직원이 비상방역에 매달려 있다”라며 “차량과 외부인 모두 동선을 역추적해 조류인플루엔자(AI) 위험지역 방문 여부를 확인한 후 들여보내기 때문에 사실상 출입 통제상태”라고 전했다.
올 가을 들어 AI가 처음 발생한지 13일째인 29일,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AI 확진 판정과 의심 신고로 피해 시군이 늘면서 이 회사의 위기감도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2일 이 농장과 20여㎞ 떨어진 양주 백석읍의 한 양계농가에서 고병원성 H5N6형 AI가 확진 판정되고, 26일엔 같은 포천의 양계농장에까지 AI가 전파되자 방역의 고삐를 더 죄고 있다.
이 농장이 벌이는 AI와의 사투는 일개 기업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철새 분변에 의해 AI가 발생하자, 정부차원에서 국경검역과 국내방역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고, 인접 농가를 따라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한 농가방역도 실시하고 있다. 3단계 방역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계사동 별 바이러스균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차단막을 설치해 소독하고, 외부차량이나 외지인의 출입도 통제하고 있다.
이 기업은 한때 산란계 120만 마리가 하루 85만개의 등급란을 생산했다. 이는 전국 1,061개 농가에서 키우는 산란계 6,900여 만 마리의 1.15%를 차지하는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다. 농장과 집하장, 관리동 등에서 근무하는 직원 수만 100여명에 달한다.
포천시 관계자는 “이곳까지 AI가 퍼질 경우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며 “농장과의 비상연락망을 통해 차단방역에 총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전남 해남에서 시작된 AI는 국내 최대 오리산지인 전남 나주로까지 번졌다. 불과 2주도 안돼 국내 최대 닭ㆍ오리 산지가 모두 뚫린 것이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전남도에 따르면 전날 나주시 공산면의 한 농가에서 AI 의심신고가 접수돼 씨오리에 대한 시료 검사를 실시한 결과 H5N6형 AI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정밀검사를 통한 고병원성 여부는 내달 2일께 나올 전망이다. 나주는 100개 농가에서 166만8,000여 마리의 오리를 키우는 국내 최대 오리 산지인데다, 국내에서 오리 사육량이 두 번째로 많은 영암과도 인접해 있다. 두 곳의 오리 사육량을 합치면 전국의 50%에 육박한다.
또 충북 진천군 소재 종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 의심신고가 접수됐으며, 앞서 의심 신고가 접수된 충남 천안시, 충북 음성·진천군, 세종시 농가는 모두 고병원성 AI바이러스인 것으로 확진됐다. 이날 현재 고병원성 AI로 확진 판정 받은 지역은 전국적으로 5개 도, 11개 시·군이며, 살처분된 닭·오리 수도 168만7,000마리에 달한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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