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알파인 스키의 간판 정동현(28ㆍ하이원)이 국제스키연맹(FIS) 레이스 오스트리아 대회에서 우승했다. 한국 선수가 유럽에서 열린 알파인 스키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동현은 29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투른 파스에서 열린 FIS 레이스 알파인 회전 경기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44초13으로 우승했다. 1차 시기에서 54초94를 기록해 4위에 오른 정동현은 2차 시기에서도 49초19로 4위를 기록했으나 1, 2차 시기를 합산한 기록이 가장 좋았다. 2위는 홈 코스의 베른하르트 빈데리트시(오스트리아)가 1분44초36을 기록했다.
정동현은 ‘한국 스키의 아이콘’ 허승욱의 후계자다. 정동현은 아버지와 형, 삼촌 등 가족 8명이 선수로 활약한 스키 집안에서 태어나 남들이 막 뛰어다닐 무렵인 세살 때부터 설원을 누볐다.
그는 강원 고성군 광산초 흘리분교 1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로 활동하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초등학생 때 국내에서는 이미 그의 적수가 없었다. 4학년 때 출전한 동계체전에서 5, 6학년 형들을 제치고 3관왕에 오르면서 ‘스키 신동’으로 불렸다. 정동현은 6학년 때인 2001년 동계체전 초등부 전 종목에서 우승해 초등생으로선 처음으로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2004년 태극마크를 달았고 각종 아시아권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수집하며 이름을 알렸다. 월드컵보다 한 단계 아래 대회인 극동컵 우승 커리어만 35회다. 한국체대 소속으로 나선 2011년 2월 아스타나-알마티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정동현은 슈퍼복합(슈퍼대회전+회전) 금메달과 활강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선수가 동계 아시안게임 스키 종목에서 우승한 건 1999년 허승욱 이후 12년 만에 정동현이 처음이었다.
정동현은 2014년 12월 스웨덴에서 열린 FIS 월드컵 회전 경기에서 69명 가운데 28위에 올라 30위까지 나가는 2차 시기에 진출,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컵 결선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에 정동현이 우승한 FIS 레이스는 월드컵이나 대륙컵보다는 수준이 낮은 대회다.
정동현은 올림픽에는 두 차례 나섰지만 2010년 밴쿠버 올림픽 회전에서는 허벅지 부상으로 인해 완주하지 못했고 2014년 소치 올림픽 대회전에서는 41위에 머물렀다. 그는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1998년 일본 나가노에서 허승욱이 세운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최고 성적인 21위를 넘어 10위권 진입을 겨냥하고 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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