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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인쇄양식 체험” 활판인쇄박물관 낸 방현석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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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인쇄양식 체험” 활판인쇄박물관 낸 방현석 주간

입력
2016.11.2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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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석 계간 아시아 주간이 29일 전통 활판인쇄 방식으로 찍은 시집 '시를 새기다'를 들어보이고 있다. 아시아 제공
방현석 계간 아시아 주간이 29일 전통 활판인쇄 방식으로 찍은 시집 '시를 새기다'를 들어보이고 있다. 아시아 제공

“두 달 정도 주부, 학생 등 300여명 정도를 대상으로 시험해봤는데, 엄청나게 많은 납 활자의 바다에서 자기 이름을 찾아 직접 인쇄해볼 수 있으니까 아주 재미있어 했습니다.”

경기 파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옆에 ‘출판도시 활판인쇄박물관’을 연 방현석 계간 아시아 주간은 29일 개관 기념 간담회에서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활자를 하나하나 조합하는 활판인쇄 방식으로 책을 제작하고 활자와 인쇄장비를 전시하는 이 박물관은 문학 계간지 ‘아시아’ 주간인 방현석 작가를 비롯한 문인과 출판ㆍ인쇄인들이 힘을 모은 결실이다.

방 주간은 책과 활자 문화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옛 납 활자를 부활시켜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1969년 전주에 설립된 제일활자에서 납 활자를 넘겨 받았고, 1972년 대구에 설립된 봉진인쇄소에서 활자주조 장비와 활판인쇄장비 등을 받았다. 인쇄물을 접고 묶는 접지기, 페이지를 차례로 맞추는 정합기 등 제본에 필요한 장비들은 서울 충무로와 광주, 부산 등 전국을 뒤져 찾아냈고, 일부는 미국, 독일 등 해외에서 사들였다. 이 과정에 적잖은 사재도 들였다. 그는 “무한정 속도만 강조되는 세상에서 다소 더디더라도 소장가치가 있는 책을 소장가치에 걸맞게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9일 개관한 경기 파주의 활판인쇄박물관에서는 3,000만자 이상의 납활자를 볼수 있다. 아시아 제공
29일 개관한 경기 파주의 활판인쇄박물관에서는 3,000만자 이상의 납활자를 볼수 있다. 아시아 제공

이런 노력 끝에 부족한 납활자를 채워넣는 방식으로 3,267만8,000여개의 납활자를 확보했다. 이 납활자 무게만도 17톤이다. 박물관은 필요한 납활자를 고르는 문선, 배치하는 식자 등 전 과정을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방문객 수준별로 여러 개를 마련했다. 윤동주의 ‘서시’ 김소월의 ‘진달래꽃’ 이상의 ‘오감도’ 등 우리 대표 시 15편과 이 시들의 영역본을 한데 모아 ‘시를 새기다’ 시집도 활판 인쇄 방식으로 직접 찍어냈다. 한정판 300권만 내놓는데 시중 판매가는 3만원이다.

29일 문을 연 경기 파주 활판인쇄박물관 내부. 3,000만자 이상의 활자를 갖추고 있다. 아시아 제공
29일 문을 연 경기 파주 활판인쇄박물관 내부. 3,000만자 이상의 활자를 갖추고 있다. 아시아 제공

방 주간은 “활자를 만들고 문선하는 등 전 과정을 거쳐 만들어내는 데 4명의 인력이 달라붙어 한 달 동안 만든 책이라 다 팔린다 해도 손해”라고 말했다. 연간 시집 2권, 소설 1권을 이런 방식으로 제작키로 했다. 박물관에 가면 직접 이 책을 만들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문선, 식자 과정이 없으니 가격은 2만5,000원이다. 방 주간은 “박물관 체험을 통해 문자와 문장에 대한 감각을 되살려내는데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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