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8일(현지시간) 쿠바와의 조건부 관계 단절을 시사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형성된 양국간 해빙무드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이날 미국 항공사가 아바나 직항노선을 재개하고 쿠바 테마펀드 가격이 급등하는 등, 시장은 트럼프의 발언에 개의치 않고 양국관계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쿠바가 쿠바인, 쿠바계 미국인, 미국 전체에 이익이 되는 더 나은 협정을 맺을 의사가 없다면 협상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사망 직후 미국 내서 불거진 대(對)쿠바 정책 논쟁에 대한 반응이다. 트럼프의 입장은 테드 크루즈(텍사스)ㆍ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등 오바마 대통령 하의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를 반대해 온 공화당 강경파와 뜻을 같이한 것으로 해석됐다.
백악관은 즉각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트럼프의 트윗을 평가절하한 뒤 “50년 동안 닫혔던 문이 열리는 것은 쿠바 국민뿐 아니라 미국인에게도 중요한 이득이 된다. 이 정책을 이전으로 되돌린다면 중요한 외교적, 경제적, 문화적 비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 역시 쿠바와의 관계 단절에 회의적이다. 이미 미국 자본이 상당히 투자됐고 관광도 활성화돼 양측의 관계 정상화는 돌이킬 수 없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날 오전에는 아메리칸항공 소속 여객기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를 떠나 쿠바 아바나에 도착하면서 55년만에 미국 항공사의 아바나 정기직항편이 재개됐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내 유일한 쿠바 테마펀드인 허츠펠드 캐리비안베이신 펀드가 28일 12% 급등한 주당 7.2달러로 거래됐다고 전했다. 끝까지 미국과의 대립 노선을 고집했던 피델 카스트로의 사망이 오바마 정권 하에서 진행된 미-쿠바 사이 재접근과 쿠바의 시장개방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는 모습이다.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피델 카스트로의 사망이 쿠바 정부 내 개혁의 심리적 한계선을 무너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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