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지막 황제’를 보면 나이 들어 수용소에서 생활하는 푸이의 모습이 나온다. 2차 대전 후 적국인 일본을 도운 죄로 감옥에 갇힌 푸이(존 론)는 치약을 짜서 칫솔질을 하거나 이부자리 개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 앉으면 평생 신하였던 옆 자리의 리(데니스 던)가 신발 끈을 매 준다. 푸이도 리도 수감자 신세지만 리는 습관적으로 자신이 수십년 동안 황제로 모셨던 푸이의 신발 끈을 매 준다.
어느 날 아침, 푸이는 리가 묶어 준 신발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끈이 비뚤어 졌잖아.” 리는 발끈한다. “이제 운동화 끈 정도는 혼자서 매요. 아직도 당신이 황제인 줄 알아요?” 푸이는 가만히 운동화를 내려다보다가 이렇게 말한다. “나는… 평생 신발 끈 매는 걸 배워 본 적이 없어.”
네 살 때인 1908년,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가 된 이래 그는 서민이었던 적이 없다. 신발 끈을 매기 싫어서 매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학습해 본 적이 없기에 매지 못하는 것이다. 푸이는 1911년 신해혁명과 함께 청나라의 멸망을 겪는다. 중국 정부는 황제 개인 재산으로 인정한 자금성 내에 푸이와 일가족, 내시들을 연금 상태로 생활하게 한다. 청소년이 된 푸이는 영국인 가정교사 존스턴(피터 오툴)에게 묻는다. “내가 황제가 맞소?” “폐하는 자금성 내에서는 황제이지만 밖에서는 황제가 아닙니다.”
푸이는 믿을 수 없었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말 한마디면 문무백관이, 내시들이, 모든 어른들이 머리를 조아렸다. 늘 대접받고 자랐고 부족한 것이 없었다. 자금성 밖으로 나가는 일 말고는 금지당하는 바가 없었다. 자기가 최고인 줄 알았다. 1924년 풍옥상의 난으로 자금성에서도 쫓겨난 푸이는 일본 제국주의와 결탁, 만주국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주위에서 “그 자리는 허수아비일 뿐”이라고 충고해도 듣지 않았다. 그는 늘 황제였기에 언제 어디서나 황제가 되길 바랐다. 푸이에게 국가의 안위나 민족의 자존 따위는 안중에 없었으며 가짜로라도 황제로 대접받는 것이 중요했다. 그는 일본의 패전과 함께 수용소에 갇혀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사상 교육을 받는다. ‘황제에서 시민으로’ 실제 인물 푸이가 쓴 자서전 제목이기도 하다. 수용소에서 풀려난 그는 나이 들어 정원사로 인생을 마감한다.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나는 청와대를 테마파크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매주 경제 활동에 전념해야 할 국민들이 이곳을 둘러싸느니 철창을 두르고 경비원 몇 명을 고용하자. 테마파크의 이름은 ‘마지막 공주의 프라이빗 랜드’. 매일 오전 10시에 한 번, 오후 5시에 한 번 우리는 마지막 공주 박근혜씨의 퍼레이드를 볼 수 있다.(중간 7시간 동안 그녀는 따로 할 일이 있기에 행사 진행이 불가하다) 의상은 고증을 거쳐 조선시대 왕가의 복식에 맞추자. 퍼레이드 좌우로 상궁과 내시들을 뒤 따르게 하자. 이번에 조사받거나 향후 조사를 받아 실형을 살게 될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들은 징역 기간 동안 내시 역으로 분장해서 행진에 동참한다면 수감 생활을 면하게 해 주자. 테마파크 조성비용은 최순실 부정축재 자산을 환수해 마련하고 공주용 마차에 필요한 말은 정유라가 타던 걸로 하면 된다.
박근혜씨는 민주주의를 하기 싫어서 하지 않는 게 아니다. 마지막 황제 푸이처럼 태어나서 지금까지 ‘민주주의’라는 걸 학습해본 적이 없다. 민주가 뭔지 공화국이 뭔지 알 도리가 없다. 구구단도 배운 적 없는 이에게 이차 방정식을 풀라고 하니 “내가 뭘 잘못했느냐?”고 되묻는 거다. 청와대의 면적은 25만㎡다. 만약 청와대가 좁다면 마지막 공주의 테마파크는 에버랜드로 대체해도 괜찮을 것 같다. 에버랜드는 150만㎡, 청와대보다 훨씬 넓다.
명로진 인디라이터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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