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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 청소년에게 외면당한 ‘건강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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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 청소년에게 외면당한 ‘건강검진’

입력
2016.11.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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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자체 모르고, 검진 필요성 못 느껴

/여성가족부가 실시하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 건강검진’ 사업이 홍보부족, 참여인원 저조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여성가족부가 올 6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 건강검진’사업이 부실 운영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억원을 들인 사업이 홍보부족, 참여인원 저조 등으로 시들하자 검진사업을 담당하는 지역청소년지원센터에서는 “검진 인원 늘리기에 급급하면서 사업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 건강검진은 9~18세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이 대상이다. 이들 중 건강검진을 희망하면 주거지 청소년지원센터를 찾아 학교 밖 청소년임을 증빙하는 서류와 주민등록등본, 개인정보수집ㆍ이용동의서와 함께 검진신청서를 제출하면 건강검진이 가능하다. 19~24세 가운데 건강관리에 취약해도 검진할 수 있다.

검진 희망자 극소수… 검진시스템도 부실

건강관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해 질병 조기 발견과 삶의 질을 높이려는 학교 밖 청소년 건강검진이 어려움에 처한 이유는 뭘까.

검진 희망자가 적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실제로 390여 명의 학교 밖 청소년이 살고 있는 서울 강동구에서 검진 받은 청소년은 16명에 불과했다. 한 청소년지원센터 관계자는 “학교 밖 청소년 가운데 자진해 건강검진을 받겠다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며 “학교 밖 청소년 건강을 챙기겠다는 사업취지는 이해하지만 사업이 연착륙하려면 보완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청소년지원센터에서 만난 최모(18) 군은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건강검진 프로그램이 있는 줄 몰랐다”면서도 “아프지도 않은데 건강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 병원에 가기 어렵고 검진결과가 좋지 않게 나올까 두려워 검진을 받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검정고시 준비로 청소년지원센터를 찾은 김모(16)양은 “센터 선생님들이 청소년만 보면 검진을 권유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너무 강요하니까 내가 무슨 병이 있는 것 같아 검진을 받기 싫다”고 말했다.

천신만고 끝에 검진을 받는다 해도 결과가 제대로 통보될지도 의문이다. 서울의 한 청소년지원센터 관계자는 “성병, 임신 등의 문제가 드러날까 봐 전화번호는 물론 주소지를 틀리게 적는 청소년도 있다”며 “학교 밖 청소년 중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이가 많아 검진결과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청자 발굴도 여의치 않다. 현재 검진사업은 각 지역 청소년지원센터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지원센터를 찾는 학교 밖 청소년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서울의 한 청소년지원센터 관계자는 “여가부에서는 검진대상자를 발굴해 검진인원 수를 늘리라고 말하지만 센터에 나오는 청소년 외에 검진자를 발굴할 시간과 인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검진사업 베이스캠프’라 할 수 있는 청소년지원센터의 예산과 인력이 확보돼야 검진사업이 연착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청소년지원센터 관계자는 “학교 밖 청소년은 센터 상담사에 의존하는데 상담사가 급여ㆍ지위 등 문제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많이 퇴직하는 바람에 이 사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의료기관, “검진하면 손해” 회피

의료기관도 검진사업에 회의적이다. 검진인원이 적고, 일반검진과 달리 의사가 문진을 통해 청소년 상태를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 건강검진센터 관계자는 “학교 밖 청소년 검진, 특히 C형 간염, 자궁경부세포검사 등을 하려면 의사 문진이 필요한데 수가가 낮고, 시간이 많이 걸려 병원 운영에 도움 되지 않는다”며 “손해를 보더라도 검진자가 있으면 검진할 텐데 수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540여 개 의료기관에서 검진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 검진 가능한 의료기관은 많지 않다. 검진에 필요한 원무ㆍ전산 프로그램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진 자체를 하지 않는 의료기관도 있다.

이에 숫자늘리기에 급급한 형식적 건강검진에서 벗어나 치아우식증(충치), 비만, 산부인과 질환 등 학교 밖 청소년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올해 처음으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부족한 면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내년부터 일반검진처럼 1차 검진에서 문제가 생긴 청소년이 2차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 밖 청소년 사업은 지역 청소년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올 사업종료 후 문제점을 적극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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