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생 포천 농장 달걀 수거차량
이천 방문 후 농장서 80마리 폐사
이후 다른 농장에 전파 가능성도
경기도 “아직 속단하기 일러” 불구
차단방역 시스템 구멍 비판 일 듯
경기 이천시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는 국내 첫 ‘농장간 전파’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차단방역망이 사실상 뚫린 것이어서 허술한 초동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전망이다.
28일 경기도와 이천시 등에 따르면 고병원성(H5N6형) AI가 발생한 포천시 산란계(알 낳는 닭) A농장에서 달걀을 수거하던 차량이 이천시 설성면 B농장을 이달 들어 3차례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차량은 포천 A농장에서 AI 의심신고를 한 지난 22일에도 A농장과 이천 B농장을 잇따라 찾아 알을 수거했다. B농가는 사흘 뒤인 25일 오전 10시쯤 사육 중이던 닭 16만마리 가운데 80여마리가 폐사했다고 신고했다.
역시 AI 의심증상이 보고된 이천시 부발읍 C농장에는 B농장을 방문했던 또 다른 차량이 24일 진입해 달걀을 수거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는 B농장이 당국에 의심신고를 하기 불과 하루 전이다. 산란계 20만 마리를 기르고 있는 C농장은 이 차량이 다녀간 지 사흘 만인 27일 오전 9시30분쯤 닭 400여마리가 폐사했다고 보고했다. 이번에 확산되고 있는 H5N6형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2~3일에 불과하고 폐사 속도가 빠른 점을 감안하면, 문제의 차량 2대에 바이러스가 묻어 전파됐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역학조사에서 이동 차량이나 사람 등에 의한 감염으로 최종 판명되면, 지난 16일 국내에서 처음 AI가 발생한 이후 정부의 차단방역 실패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AI 확산주범이 철새라던 당국의 추정과 다른 농장간 수평전파가 되기 때문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알 수거 차량이나 운전자 때문이라고 속단할 단계는 아니다”면서 “해당 농장에서 AI 의심신고 직전 얼마나 많은 달걀을 유통했는지 확인되지 않아 수거하거나 폐기 조치를 내리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28일엔 양주시 백석읍 산란계 농가에서 AI 추가 의심신고가 접수돼 긴급 살처분에 들어갔다. 이 농장은 26일 300여마리의 닭이 폐사해 간이 검사한 결과, AI 양성반응이 나왔다. 19일 처음으로 고병원성 AI 확진을 받은 것을 포함, 이 지역에서만 세 번째다. 방역당국은 일단 농장간 감염은 아닌 것으로 봤으나 해당 농장과 양주시 첫 번째 확진 농장과의 거리가 1.7㎞에 불과해 확신하기는 이르다. 양주시 관계자는 “역학조사 결과 접촉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면서도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1~2일이 걸리는 만큼, 확산방지를 위한 예방 차원에서 해당농장의 닭 10만5,000마리를 살처분한다”고 밝혔다.
AI 의심신고가 이어지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방역 당국은 이날 경기지역 산란계 농장 식용란의 외부 반출을 일시 금지하도록 조치했다. 경기도는 AI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을 막기 위해 가금류 직접 종사자에게 무료 독감백신 접종을 실시키로 했다. 경기도는 2014년 중국에서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16명 중 10명이 사망한 전례가 있어 선제적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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