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탄핵 사유될 혐의 인정 안 해
사실관계 확정부터 다툴 여지 커
‘통진당 해산심판’처럼 전개될 듯
법 개정으로 개별의견 공개해야
탄핵 관련 사건 6건 사전 심사 중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르면 2일로 예정되면서 이를 심판해야 하는 헌법재판소에도 비상이 걸렸다. 헌재는 정치권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이미 접수된 7건의 탄핵 관련 사건 검토로 탄핵심판 대비에 시동을 걸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관련 사건 6건을 사전 심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 2건과 대통령에 관한 중간수사발표 위헌확인 사건, 대통령직 자진사퇴 불이행 위헌확인 사건,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위헌확인 사건, 대통령의 국정농단행위 위헌확인이다. 앞서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것이 위헌이라며 한 시민이 낸 헌법소원 사건은 23일 각하됐다. 탄핵소추절차가 국회의 고유 권한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탄핵심판 사건이 접수되는 즉시 법리 검토에 착수하기 위해 절차부터 점검하고 있다. 사건이 접수되면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당시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연구반을 꾸려 집중심리를 진행할 가능성도 크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보다 2014년 옛 통합진보당(통진당) 해산심판 사건과 비슷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을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에 탄핵 사유를 확정하는 데 다툼이 없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연설문을 유출한 사실을 일부 시인한 것 외에는 탄핵 사유가 될 사실관계부터 다툴 여지가 크다. 이 경우 헌재는 검찰이나 특검이 수사단계에서 확보한 진술조서와 증거를 제출 받아 사실관계를 먼저 확정해야 한다. 통진당 해산심판 사건도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 별개로 진행돼, 헌재는 16만여 쪽에 걸친 증거서류를 검토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헌재는 탄핵심판시 형사소송에 관한 법을 준용할 수 있다. 형사재판에서 공소장을 변경하듯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부합하는 한 소추내용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헌법재판관들은 재판관들의 개별의견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2004년에는 평의 과정과 결과를 비밀에 부쳐 결정문에 표시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법이 개정돼 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은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해 한다(헌법재판소법 제36조 제3항). 한 원로 법조인은 “재판관들이 역사에 남을 결정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난 촛불 민심이나 정치적인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공정하고 정확한 재판을 하기 위해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만료 전에 결정이 나올지를 두고도 관심이 모인다. 박 소장은 내년 1월 31일, 이 재판관은 3월 14일 임기가 만료된다. 국가 운영이 달린 문제인 만큼 헌재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헌재 사정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다른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탄핵소추와 다르다”며 “국가원수이자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탄핵소추되면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돼 국정이 마비되기 때문에 탄핵절차를 빨리 끝내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고 말했다. 헌재는 2008년 BBK 사건 당시에도 헌법소원과 가처분 사건에 대해 특검 출범 이전에 13일만에 사건을 처리했었다. 헌재는 당시 사안이 중대하고 법적 실익을 따져 특검 출범 전에 빨리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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