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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의결권 개정안’ 1년 넘게 뭉개는 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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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의결권 개정안’ 1년 넘게 뭉개는 복지부

입력
2016.11.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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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이상 요청시 회부 의무’ 내용

수 차례 상정 요구 불구 뒷짐만

복지부 ‘밥그릇 지키기’ 눈총에

“책임 소재 불분명 소지” 강변

지난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찬성 과정에서 드러난 국민연금의 불투명한 의사결정을 막기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이하 전문위)가 수립한 제도 개선안이 1년째 보건복지부 ‘서랍’ 속에 방치되고 있다. 전문위원들은 “복지부가 제도 개선안을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28일 국민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전문위는 지난해 10월 9명의 전문위원 중 3명 이상이 요청하면 개별 투자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안건을 전문위에 의무 회부토록 하는 내용의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 개정 의견’을 복지부에 제출했다. 현행 의결권 지침(8조2항)은 “의결권 행사 시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은 전문위에 요청할 수 있다”는 권고 조항에 머물러 있다. 작년 7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이러한 조항의 틈새를 파고 들어 민감한 사안은 전문위에 결정을 위임하는 기존 관례를 깨고 내부 투자위원회를 개최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간 합병 찬성 방침을 정하자, 전문위가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위의 개선안은 1년이 지나도록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전문위의 실무간사(사무국) 역할을 맡고 있는 복지부가 지침 개정권한을 지닌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4월8일 ‘2016년 제2차 기금운용위원회’에 개정의견의 일부 내용만 잠깐 보고된 게 전부다. 지침 개정은 ‘전문위 개정의견 제출→복지부의 기금위 안건 상정→기금위 의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위원은 “올해 기금위에서 개정 의견을 논의해줄 것을 복지부에 수 차례 요구했다”며 “그 때마다 ‘담당 과장이 교체됐다’‘국정감사 때문에 어렵다’는 변명만 거듭하며 안건 상정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위원인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도 “지금까지 전문위 운영이나 제도 관련 개정안을 냈을 때는 곧바로 처리를 해줬는데 이번 건에 대해서만 유독 복지부동”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복지부의 밥그릇 지키기 행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 전직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전문위로 넘기지 않고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의결권 행사를 결정하면 위원 구성부터 내부 검토의견까지 모든 과정에서 복지부가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다”며 “당연히 밥그릇을 빼앗기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실무평가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전문위원 임기가 2년이어서 복지부 입장에서는 탐탁치 않은 개정안은 그냥 버티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지침 개정 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의 주체가 전문위로 바뀌는 셈인데 전문위는 100% 외부위원이고 임기제라 의결권 행사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더욱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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