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김인호(74ㆍ사진) 한국무역협회장이 어수선한 정국을 하루 빨리 수습하지 않을 경우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순실씨가 주도한 미르ㆍK재단에 기업들이 출연금을 낸 것에 대해서도 정부와 기업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회장은 28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이번 사태로 정부와 기업 간의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며 “정부와 기업은 시장 경제의 틀 안에서 주고 받는 것 없는 관계를 하루빨리 재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제2의 외환 위기 및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외환위기 같은) 혼란이 올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현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특히 “정국이 불안정한 나라에는 아무도 투자하려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다만 외국에서 100만명이 참가한 평화적 촛불 시위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이 혼란과 위기를 잘 극복하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누구보다 외환위기 당시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김 회장의 이러한 경고는 우리나라 현 경제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세계 경제의 저성장과 어수선한 국정 혼란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무역 규모는 내년까지 3년 연속 1조 달러 벽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무역 규모는 10월까지 7,352억 달러에 불과, 1조 달러에 크게 못 미칠 것이 확실시된다. 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5.6% 감소한 4,970억 달러, 수입은 7.4% 줄어든 4,040억 달러로, 총 무역 규모가 9,01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점쳤다. 우리나라 무역 규모는 지난 2011년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서는 데 성공했지만 지난해 다시 9,000억 달러대로 주저 앉았다.
국제무역연구원은 ‘2017년 수출입 전망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내년 수출은 올해보다 3.9% 증가한 5,165억 달러, 수입은 7.3% 늘어난 4,335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전체 무역 규모는 9,5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과 수입 모두 올해보다는 소폭 증가하지만 1조 달러 대를 회복하진 못한다는 이야기다.
수출입 실적이 부진한 것은 세계 경제의 저성장과 정국 혼란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 등 대내외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유럽 등 선진국 경기 회복이 여전히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경제 성장률도 2007년 14.2%에서 지난해는 6.9%까지 떨어졌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이 본격화하고 미국 차기 행정부는 보호무역 조치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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