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청원 의원 등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 중진들이 공감대를 이룬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은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됐으나, 박 대통령은 즉답하지 않았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박 대통령의 방패막이를 자처했던 친박계 핵심부마저 대통령의 하야를 거론하기 시작하자 박 대통령이 권고의 심각성에 대해 고민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번주 중 친박계의 퇴진 권고를 비롯, 대통령 임기 단축 방안 등을 포함해 박 대통령이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친박계의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과 정갑윤 정우택 유기준 최경환 홍문종 윤상현 등 친박 핵심 중진 의원 7명은 이날 낮 서울 모처에서 긴급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갖고 박 대통령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고, 이 권고는 허 수석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서 의원이 주재한 이 모임에선 탄핵소추안 발의로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가 되는 모습만은 막아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 참석자는 본보 통화에서 “전날 정치 원로들의 제언(내년 4월 하야)에 대해 서 의원이 ‘대통령 본인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고, 다른 의원들도 최선의 방안이 아니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다만 하야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퇴진 시기도 못박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참석자는 “앉아서 탄핵을 맞을 수는 없으며,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박 대통령이 자신의 혐의에 대해 검찰에서든 특검에서든 소명의 기회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이 같은 퇴진 요구가 적절한가라는 반론을 내놨으나, 명예 퇴진을 건의하자는 의견에는 동의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친박계 한 핵심 의원은 “하야나 질서 있는 퇴진 등의 이야기를 나눈 것은 맞지만 퇴진으로 의견을 모아 청와대에 전달하자는 얘기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서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명연 홍철호 박덕흠 등 친박 재선 의원들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건의하는 문제에 대해 (친박계가) 많이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정권의 당ㆍ정ㆍ청 3각축 가운데 마지막 보루였던 집권여당 내 우호세력의 이런 제안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시간을 드려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허 수석의 보고에도 박 대통령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자 일정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이해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친박계 의원들까지 그런 제안을 하니 당혹스럽다”며 “이번주 중 관련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과 관련, 야3당은 내달 2일 우선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ㆍ국민의당 김관영ㆍ정의당 이정미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회동한 후 가진 브리핑에서 “내달 2일과 9일 중 가능한 한 이른 시일에 처리하되, 최종 결정은 지도부가 새누리당 의원들의 상황을 고려해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야권 일각에선 새누리당 친박계 중진들이 박 대통령에게 명예 퇴진을 직접 제안할 수 있다는 변수가 생겼고, 탄핵안 처리에 키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비박계 요구도 감안할 필요가 있어 내달 9일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정진석ㆍ민주당 우상호ㆍ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회동했으나 탄핵안 표결 일정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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