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면조사 거부 예상했던 일”
崔 뇌물 혐의 추가 기소 못하고
SK·롯데 등 기업 조사 집중할 듯
예상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의 대면조사를 거부하면서 최순실(60·구속기소)씨에 대한 검찰의 뇌물 혐의 추가 기소 시나리오는 완성을 보지 못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을 타깃으로 한 뇌물죄 입증은 바통을 이어받을 특검의 몫이 됐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28일에야 “검찰이 (29일까지로) 요청한 대면조사에는 협조할 수 없다”며 최종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예상했던 일이라는 평가다. “(검찰이 희망한) 16일 조사는 불가능하다”(15일), “내주에는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17일), “검찰의 직접 조사 요청에 일체 응하지 않겠다”(20일)는 유 변호사의 그간 발언만 봐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받을 생각이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현실적으로 특검 조사를 받아야 할 대통령이 굳이 또 한번의 검찰 조사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따라 검찰은 12월 2일까지 임명될 특별검사가 본격 활동에 돌입하기 전까지 수사 자료를 정리하는 등 마무리에 들어가게 된다. 현재 검찰은 롯데와 SK가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추가 출연을 요청받은 것이 면세점 사업과 관련한 부정 청탁의 대가인지를 밝히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는데, 대통령 조사가 물 건너간 이상 기업 조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 역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 특검이 임명된 후 수사팀 구성 등을 위한 20일의 준비기간 동안 검찰이 특검과 협의하면 수사를 계속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검찰의 수사는 여기까지로 볼 수 있다.
검찰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통령을 대면조사한 뒤 뇌물 혐의를 적용할 것인지가 결국 특검 수사의 핵심이 된다. 박 대통령이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유 변호사)고 밝혔지만, ‘중립적인’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으로 봐서 예상 외의 진통을 겪을 수도 있다. 일단 조사는 하더라도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는 강한 표현을 써가면서 불신을 드러낸 대통령이 특검 조사라고 해서 적극 협조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통령의 그 동안의 발언을 보면 정치적으로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확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가 이날 “차은택씨와 조원동 전 경제수석과 관련한 부분도 준비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박 대통령이 차씨와 조 전 수석의 혐의와 연계돼 있음을 자인한 꼴이다. 최씨와 대통령간 연결고리에 집중한 검찰보다 특검의 조사는 외연을 상당 부분 넓힐 것으로 보인다. 특검 근무 경험이 있는 검찰 관계자는 “검찰로서는 이미 대통령을 사실상 주범으로 지목한 이상 뇌물 혐의 입증을 특검에 넘겨도 큰 부담이 없다”며 “특검이 어떤 결과를 내놓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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