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공판서 향응제공 내용 증언
“교도소 수감 당시 특혜 받기도”

서로를 ‘친구’라고 불렀지만 영락없는 스폰서 관계였다. 4,000만원 상당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형준(46) 전 부장검사의 고교 동창이자 스폰서인 김모(46ㆍ구속기소)씨는 “지난 17년간 형준이가 밤 12시건 새벽 1시건 전화하면 달려가 술값을 냈다”며 향응을 제공한 내용을 낱낱이 증언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남성민) 심리로 열린 김 전 부장검사의 2차 공판에서다.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씨는 “나이 어린 여자(김 전 부장검사 내연녀)에게 돈을 챙겨 줄 정도로, 실형을 살아 본 나로서는 잘 나가는 검사의 도움이 절실했다”고 진술했다. 향응은 주로 술값 대납과 룸살롱 접대였다. 김씨는 서울 강남 일대 고급 술집 이름을 일일이 거론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울산지검으로 전보된 뒤 관할지역 밖인 부산 해운대 룸살롱을 직접 예약해 김씨를 불러내기도 했다.
대가도 돌아왔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1년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으로 근무하던 당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가법) 위반죄로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씨를 7개월 동안 아홉 차례나 사무실로 소환해 개인 시간을 줬다. 김씨는 “아침에 1시간 정도 얘기하고 나면 형준이는 보고 때문에 자리를 비웠고 나는 앉아서 아이패드를 하거나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며 “초밥과 난자완스 같은 고급 메뉴로 점심을 먹고 오후에 TV 스포츠채널을 보다 (교도소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형준이가 ‘사업하다 잘못된 경제 사건은 (처벌을) 최소화시켜 주겠다’고 했다. ‘이제 내가 힘이 있으니 문제가 생기면 도와주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수사검사에게 편의를 부탁한 일도 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과거) 사기죄로 수사를 받던 중 형준이가 담당 검사에게 전화해 편의를 부탁해준 일을 들었다. 주임검사가 ‘김형준이 네 친구냐'고 묻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 전 부장검사는 덥수룩하게 헝클어진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쓴 채 푸른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앉았다. 김씨의 증언을 들으면서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거나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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