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개혁주의자’ 피용 전 총리
쥐페 꺾고 공화당 후보 최종 선출
르펜 국민전선 대표와 대결 예상
무소속 마크롱과 좌파당 멜랑숑
사회당 올랑드ㆍ발스도 출마 예측
시뮬레이션에선 일단 피용 우세
프랑스 제1야당 공화당을 대표할 차기 대선 후보로 ‘보수 개혁주의자’ 프랑수아 피용(62) 전 총리가 선출됐다. ‘프랑스의 대처’로 불리며 공화당 내에서 비교적 강경 보수파를 이끌던 피용 총리가 극우파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와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파 일색의 대선 구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피용 전 총리는 27일(현지시간) 치러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2차 결선 투표에서 66.5%의 득표율로 알랭 쥐페 전 총리(33%)를 누르고 승리를 거뒀다. 피용 전 총리는 승리 확정 후 지지자들 앞에 나서서 “프랑스 국민은 완전한 변화를 위한 행동을 원하고 있다”며 “내게는 국민에게 다시 자신감을 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회당 올랑드 정권은 무력하기 그지 없다”며 “프랑스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프랑스적 가치를 수호하겠다”고 주장했다.
피용 전 총리는 앞서 1차 투표에서도 쥐페 전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압도적 표차로 이기며 승리를 예고해왔다. 특히 9월 ‘이슬람 전체주의 이기기’라는 저서를 출간해 프랑스 우파의 반테러 여론을 규합하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쥐페 전 총리도 이에 경선 결과 발표 직후 “내년 대선에서 피용이 승리하길 바란다”며 “그를 돕겠다”고 깨끗이 패배를 인정했다.
사르코지 전 정부에서 2007~2012년 총리직을 지낸 피용은 스스로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표본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골수팬을 자처할 만큼 정부 역할 축소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공공부문 인력 50만명 감축, 주당 노동시간 확대 등을 주장하는 동시에 사회적으로는 “프랑스는 다문화 국가가 아니다”라며 반이민ㆍ반이슬람 기치를 내세우고 있다. 동시에 가톨릭교에 기반한 가정관의 신봉자로 동성애와 낙태에 반대하고 있어 영국 BBC는 “피용은 프랑스적 차분함과 극우주의를 섞어 둔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공화당이 대선 후보를 확정 지음에 따라 프랑스는 내년 4월 23일 대선을 향한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파리 테러 여파와 높은 실업률, 국가기밀 누설 의혹으로 최저 4%의 지지율이란 오명을 쓴 가운데 대선 구도는 극우파인 르펜 국민전선 대표와 피용 전 총리 간 싸움으로 좁혀지는 모양새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는 피용 전 총리의 우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인터랙티브는 27일 대선 시뮬레이션 조사에서 피용 전 총리가 1차 투표에서 26%의 지지율로 르펜 대표(24%)를 제친 후 5월 7일 결선투표에서 67%를 득표하면서 최종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른 여론조사기관 오독사(ODOXA)가 25일 발표한 시뮬레이션 조사에서도 피용 전 총리는 결선 진출 시 71%의 지지를 받아 르펜 대표를 이길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아직 대선을 약 5개월 남겨둔 만큼 르펜 대표의 승리 가능성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 이후 전세계에 불어 닥친 포퓰리즘 열풍이 르펜 대표의 승산을 더욱 높이고 있다. 영미 모두에서 여론조사가 잇따라 투표 결과 예측에 실패하면서 향방을 점치기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집권 사회당은 내년 1월 경선을 앞두고 올랑드 대통령과 마뉘엘 발스 총리의 출마가 예상되고 있다. 다만 둘 중 누가 최종 후보로 낙점되더라도 공화당과 국민전선의 우세를 뒤집긴 어렵다는 전망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과 장 뤽 멜랑숑 좌파당 대표도 좌파 진영의 표를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