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트까지 갈 것 같습니다.”
2016~17 시즌 들어 남자 프로배구 감독들이 경기 전 대부분 하는 말이다.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키기 위해 던지는 말이 아니다. 올 시즌 배구 코트에는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 자고 나면 순위가 뒤바뀌는 치열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팀당 10~11경기를 치른 28일 현재 예상을 깨고 한국전력이 단독 1위(승점 21ㆍ8승3패)에 올라 있고, 그 뒤를 대한항공(승점 20ㆍ7승3패), 우리카드(승점 20ㆍ6승5패)가 뒤따르고 있다. 5위 삼성화재(승점 18ㆍ5승6패)와 선두와의 격차는 승점 3점에 불과하다. 1경기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수준이다.
이처럼 시즌 초반부터 순위 경쟁이 뜨거워진 가장 큰 이유는 달라진 외국인 선발 제도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여자부에 이어 남자부도 올 시즌부터 외국인 선발 방식을 자유계약에서 트라이아웃(연습 경기를 통해 선수의 기량을 확인한 후 영입을 결정하는 테스트)으로 전환했다. 용병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비슷해지면서 한 팀이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경기를 보기 힘들어 졌다.
현대캐피탈 리베로 여오현은 “작년처럼 강력한 서브나 위에서 꽂히는 스파이크가 없어져 수비하는 입장에선 편해졌다”고 했고, 한전 센터 윤봉우도 “예전에는 블로킹 타이밍을 잡아도 높이가 좋아 코트에 그대로 꽂혔는데 이젠 그런 경우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하위권에 처졌던 한국전력과 우리카드가 올 시즌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것도 트라이아웃의 영향이 컸다. 구단 간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하향평준화 되면서 토종 선수 전력이 승패에 끼치는 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2라운드 들어 5전 전승으로 선두로 뛰어오른 한전은 공격종합 1위(성공률 56.91%)인 전광인을 축으로 바로티, 서재덕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활약과 더불어 현대캐피탈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한전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베테랑 센터 윤봉우가 블로킹 1위(세트당 0.745개)에 이름을 올리는 등 중앙에서 활약을 보이고 있다.
만년 하위권에서 대반전을 보여주고 있는 우리카드 역시 토종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팀이다. 2년 연속 최하위였던 우리카드는 김은섭, 박상하가 중심이 된 센터라인과 최홍석, 파다르의 좌우 쌍포를 앞세워 3위에 올라 있다. 여기에 수비, 리시브 부문 1위인 수비형 레프트 신으뜸의 안정감이 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OK저축은행은 송명근과 강영준, 박원빈 등 토종 주축 선수들의 이탈에 외국인 선수 마르코까지 부상을 입으면서 3승8패(승점 8)로 6위까지 처졌다. KB손해보험도 고질적 약점인 리시브 난조와 집중력 부족에 시달리며 2승9패(승점 8)로 최하위에 처져있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압도적인 전력을 갖춘 팀이 없기 때문에 시즌 막판까지 한 팀이 쉽게 치고 나가지 못하고 혼전 양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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