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실 게이트’가 국내 언론 지형을 바꾸고 있다는 지적이 높은 가운데 국민들이 공영방송 뉴스를 시청하지 않거나 신뢰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된 이후 무분별한 단독 보도와 속보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상업성에서 자유로운 공영방송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지만 오히려 최순실 게이트 보도가 추락한 공영방송의 입지를 재확인시켜준 셈이다.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과 공공미디어연구소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와 공영방송 보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시청자들은 박ㆍ최 게이트 관련 뉴스를 가장 많이 접하는 방송사로 JTBC(45.7%)를 꼽았다. KBS(16.3%)와 TV조선(7.5%) MBN(7.1%)이 뒤를 이었으나 JTBC와의 격차가 크다. KBS와 함께 양대 공영방송인 MBC(5.8%)는 7개 방송사(3개 지상파와 4개 종합편성채널) 중 5위에 머물렀다. KBS는 2위를 차지했으나 연령별 응답 중 60대 이상(40.5%)의 높은 시청률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박ㆍ최 게이트와 관련해 새로운 정보를 가장 많이 제공한다고 생각하는 매체를 묻는 질문에서도 JTBC(49.6%)가 선두를 달렸다. TV조선(8.9%)과 MBN(8.1%)이 2,3위를 각각 차지했고, KBS(7.8%)와 MBC(2.1%)는 각각 4위와 7위에 그쳤다. 같은 지상파 방송인 SBS(2.3%)는 6위를 기록하며 하위권에 머물렀다.
공영방송의 박ㆍ최 게이트 보도에 대해 시청자들은 대체로 불만족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대체로 만족(매우 만족 포함)한다는 응답(29.8%)에 비해 불만족(매우 불만족 포함)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53.5%로 크게 벌어졌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공영방송의 게이트 관련 보도가 지닌 문제의 원인을 대통령과 청와대의 언론통제 때문(40.3%)으로 봤다. 사장 등 고위 간부들의 통제(22.9%)와 여당의 정치적 압력(11.7%)이 뒤를 이었다. 공영방송 내부에서도 ‘보도참사’ 수준이란 비판이 나올 정도의 현 보도상황이 인력부족 등 내부의 문제가 아닌 외부로부터의 간섭과 통제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공영방송 사장의 임명에 청와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현 지배구조에 대해선 응답자의 과반 이상(59.6%)이 대체로 찬성(매우 찬성 포함)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21일~23일까지 3일 간 유선 전화면접을 통해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다.
언론노조ㆍ공공미디어연구소는 “현재 게이트 관련 보도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는 K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주시청자층 이탈 가능성은 더 높아져 공영방송의 위기를 더 빠르게 앞당길 수 있다”며 “위기의 원인으로 외부의 압력이 지적된 만큼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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