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3일 ‘만수’ 유재학(53) 울산 모비스 감독은 남자농구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얻자 만세를 불렀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유 감독의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그로부터 2주일 뒤 17일 여자농구 신인지명회의에서 안덕수(42) 청주 KB스타즈 신임 감독은 1순위 지명을 하고 아예 큰 절을 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베테랑 감독이나 초보 사령탑 모두 미소를 숨길 수 없었던 이유는 남녀 농구의 향후 10년을 이끌 초대형 ‘빅맨’을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모비스에 1순위로 입단한 이종현(22ㆍ203㎝)은 경복고 시절부터 국가대표 단골손님이었다.
1순위로 KB스타즈 유니폼을 입은 박지수(18ㆍ195㎝) 역시 2014년 7월 한국 여자농구 사상 최연소(15세 7개월)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된 특급 기대주였다. 이종현과 박지수 모두 당장 프로에서 뛰어도 리그 판도를 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금 코트에서 그들을 볼 수가 없다. 이종현은 오른발 피로골절 부상, 박지수는 오른 발등 부상으로 뛰지 못하고 있다. 둘 다 대표팀과 소속 팀 일정을 무리하게 소화하다가 생긴 후유증이다. 이종현, 박지수가 없는 모비스와 KB스타즈는 27일 현재 각각 5승8패(공동 6위), 4승5패(2위)로 5할 승률에 못 미치고 있다.
몸 상태는 박지수보다 이종현이 더 안 좋다. 이종현은 이르면 내년 2월 복귀가 가능하지만 모비스 구단은 신중을 기하고 있다. 유 감독은 “선수 본인이 가장 힘들 것”이라며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는 “2월에 돌아온다고 해도 오래 쉬었기 때문에 몸을 다시 끌어올리고 팀에 녹아 드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선수가 자칫 무리할 수도 있어 조심스럽게 시즌 아웃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지수는 이달 중순 태국에서 열린 18세 이하 아시아여자선수권대회에서 경기 중 발등을 다쳤다. 대회를 마치고 21일 소속팀에 합류한 뒤 23일 깁스를 했다. 앞으로 2주 가량 회복에 집중한 뒤 복귀 시기를 조율할 계획이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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