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서 의미 있는 변화 있어야”
공화 강경파, 백지화 요구 커져
호텔ㆍ항공 등 美 기업 이미 투자
오바마 조치 전면 철회는 힘들 듯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바나 방문 등으로 순조롭게 진행되던 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가 좌초 위기에 몰렸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초대 의장의 사망 이후 공화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오바마 정부가 취한 정상화 작업 백지화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면서다.
차기 도널드 트럼프 정권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된 라인스 프리버스는 2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쿠바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쿠바 내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에 대해서는 ‘나쁠 게 없다’는 입장이고, 늘 그렇게 해 왔지만 우리는 더 좋은 거래를 해야만 한다”며 “쿠바 안에서 아무 변화가 없고, (지금처럼) 미국이 일방적으로 내주는 거래를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프리버스 내정자는 쿠바가 취할 조치와 관련해 ▦종교의 자유 ▦정치범 석방 ▦억압 중단을 거론했다. 또 “미국과 쿠바가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런 변화들이 필요하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신념”이라고 말했다. 쿠바가 사상ㆍ종교의 자유 같은 민주주의 이념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정부가 나서 양국간 관계 개선을 주도하진 않겠다는 의미다.
쿠바계 이민자 후손인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카스트로의 사망에도 불구, 쿠바의 압제정권은 여전하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단행한 쿠바 금수해제 조치를 원상태로 되돌려 놓도록 차기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지난 9월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유세에서 쿠바가 ‘특정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유화정책을 백지화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또 전날 카스트로 의장이 타계한 후 내놓은 성명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되풀이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 트럼프 정부가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 형태로 단행한 대 쿠바 유화조치 중 상당수를 백지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 기업이 쿠바 국영기업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쿠바에 유통시킬 수 있도록 허용한 조치가 가장 먼저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리시오 클레버 카론 위원은 “(메리엇 호텔 계열의) 스타우드 호텔이 쿠바 정부와 벌이고 있는 호텔 경영권 인수 협상도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무부 퇴임 관료인 피터 해럴은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초 단행한 미국 시민에 대한 쿠바 여행금지 해제조치도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러나 “오바마 정부의 관계 정상화를 이용해 이미 미국의 대형 호텔체인, 항공업계, 통신업계 등이 쿠바에 꽤 많은 투자를 한 상태”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정부의 조치를 완전히 되돌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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