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중소기업들이 대졸자에 이어 고졸자 인력도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취업률 목표에 치우친 정부의 정책 방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중소기업 청년 취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동안 중소기업은 210만명의 고졸 인력 부족현상을 겪게 된다. 이미 중소기업 10곳 중 8곳은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어 중소기업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현상은 여전했다. 중소기업(300인 미만)의 청년 취업자 수는 5년간 1만2,000명 감소했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직장을 보면 국가기관이 24%로 가장 높고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19%를 기록한 반면 중소기업은 6%에 그쳤다. 이는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인식과 대기업에 비해 낮은 처우에서 비롯된 결과다. 청년 구직자 가운데 중소기업을 '좋다'라고 인식하는 비율은 12%로 '좋지 않다'는 답변(3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소기업의 근로자 급여 수준은 대기업의 54%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단기간 해결될 수 없는 난제지만 국가경제 위기의 신호로 읽힌다. 중소기업이 국내 사업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9%며 이들의 종사자 수 비중은 88%에 이른다.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정부는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성과주의에 갇혀있거나 정책 운영이 아쉽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청년 고용정책 관련 사업 예산은 8조2,000억원에 달한다. 278만명의 청년층을 대상으로 14개 부처와 8개 청이 128개 사업을 만들었다. 지자체들도 고용정책을 앞다퉈 내놓은 상황인데 컨트롤 타워가 없어서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사업들이 일부 중복되면서 적재적소에 사업 예산이 배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 보다 인력양성을 중시한 결과 만들어놓은 일자리도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졸 인력의 장기근속을 이끌기 위해 도입된 '중소기업 근속장려금' 제도는 시행 9개월만인 지난해 말 폐지됐다. 고용노동부는 15억원 가량 예산을 편성하고 1,400여명에게 100만원씩 혜택을 줄 계획이었지만 실제 장려금 대상자는 418명에 그쳤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제도를 홍보했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며 "청년취업인턴제도와 사업 성격이 중복된 측면도 있어 폐지했다"고 말했다.
학계와 중소기업계에서는 정부가 고용의 양과 고용의 질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해왔다. 중소기업 인력난의 경우 고용의 양 보다 고용의 질을 높이는 데 무게를 둬야한다는 지적도 많다. 중소기업 일자리는 넘치고 있지만 구직자 스스로 취업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정부가 일자리와 인프라를 만들고 취업률을 높이는데만 정책 역량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교육부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고졸 취업률이 44.9%에서 47.3% 증가했다는 점을 근거로 "고졸취업문화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이 발표를 두고 고졸 취업 실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인한 결과 교육부의 통계치 2년동안 4대 보험에 가입된 취업자 비율은 30.4%에서 26.4%로 줄었고 4대 보험 미확인 취업률은 14%에서 21%로 올랐다. 도 의원실 관계자는 "교육부 통계상에는 기업 단기 인턴, 아르바이트생 등도 모두 포함됐다"며 "교육부의 정책도 고용의 질 보다 양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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