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임준공’의 덫… 엘시티 사태로 다시 도마 위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임준공’의 덫… 엘시티 사태로 다시 도마 위에

입력
2016.11.28 04:40
0 0

글로벌 금융위기 후 PF사업 위축

책임준공 ‘최소 보증조건’ 되면서

2013년부터 PF사업 다시 기지개

“시행사 책임 더 무겁게 해야” 지적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단순시공이 아닌 ‘책임준공’을 맡으면 자칫 천문학적 부실을 떠 앉는 꼴이 될 수 있어 여의도 파크원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삼성물산 관계자)

“부산 엘시티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동반된 사업 중 가장 낮은 수준의 보증인 ‘책임준공’이 포함된 것이며 이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다.”(포스코건설 관계자)

엘시티 사태로 포스코건설이 수용한 ‘책임준공’의 타당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책임준공은 시공사(건설사)가 PF 사업 도급공사에 참여하면서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공사를 완료한다는 일종의 약정을 말한다. 이런 책임준공이 과연 PF 사업을 위한 필수조건인지, 아니면 건설사가 과도한 리스크를 떠안는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PF사업은 2000년대 초 부동산 경기가 최고점일 당시 대표적 개발 모델로 자리잡았다. 시행사들이 토지주에게 확보한 동의서를 바탕으로 금융권에서 토지계약금만큼 브릿지론(임시자금대출)을 받은 후, 건설사를 시공사로 끼워넣어 수천억원대 대출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식이다. 건설사들은 시행사의 채무인수, 연대보증 등까지 나서며 사업 동반자를 자처했다. 큰 자금투입 없이도 인ㆍ허가 후 분양에 들어가면 빚을 갚고도 수익을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미분양이 곳곳에서 속출했고, 금융당국이 일제히 금융사들 단속에 들어가면서 PF사업은 위축되기 시작했다. 열악한 시행사의 도산으로 그 책임을 고스란히 시공사와 금융사가 떠맡게 됐다.

침체에 빠진 PF사업을 되살리기 위해 2010년 이후 본격화된 방식이 위험 부담을 사업 참가 주체별로 나눠 건설사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었다. 건설사 책임은 ‘시행사 채무인수→대출원리금 지급보증→책임준공’ 순으로 낮아졌다. 공사비 지급이 지연돼 자체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정해진 기한 내 사업 건축물을 준공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책임준공이 PF사업에서 최소 보증조건으로 자리잡으며 PF사업은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PF사업 시 발행하는 채권은 부동산 PF 유동화증권은 2014년말 21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지만 올 1월 기준으로는 37조원을 넘어섰다. 홍성기 나이스신평 수석연구원은 “PF사업의 성공요건인 건축물 준공 리스크를 건설사가 짊어진 대신 증권업계 등 금융권이 자금부담 리스크를 떠안은 결과”라며 “강남 재건축처럼 성공 확률이 매우 높은 사업 외에는 최소한의 보증으로 책임준공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PF사업에서 건설사들이 떠안는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책임준공 하에서는 시행사가 부도를 맞는 등의 최악의 상황에는 건설사가 공사비를 떼일 수밖에 없다. 실제 2조1,000억원 규모의 여의도 파크원 사업의 경우 시공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지키지 못할 경우 PF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는 조건까지 붙어있을 정도다. 사업 규모가 클수록 외부자금을 끌어오기가 어려워 안정적인 사업이라는 증명을 이처럼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형사업의 경우 시행사의 책임을 좀더 무겁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에선 PF 사업 시 시행사가 최소 20% 이상의 자본금을 보유하지 않으면 금융사에서 대출이 되지 않으며, 사업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시행사가 부담하는 게 원칙”이라며 “우리나라에선 시행사의 자기자본은 전체 공사비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라 PF사업의 부실 우려가 높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