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외야수 나성범(27)은 2013년 1군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뒤 ‘꽃길’만 걸었다. 2014년 타율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하고, 그 해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듬해에는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과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 우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아픈 한 해로 기억에 남았다. 2년 연속 전 경기를 뛰며 3년 연속 타율 3할-100타점을 기록하는 꾸준함을 입증했지만 마지막이 안 좋았다. 데뷔 후 첫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타율 0.143(14타수 2안타)로 부진했고, 내년 3월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에는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NC의 마무리 훈련이 진행 중인 창원 마산구장에서 25일 만난 나성범은 “엊그제 시즌을 시작한 것 같은데 마음 먹은 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남들이 볼 때는 좋은 (개인) 성적을 냈다고 하는 데 내가 볼 때는 부족했다”고 한 해를 돌이켜봤다.
KS 부진-WBC 탈락, 더 강해지겠다
나성범은 “야구가 어렵다는 것을 또 느꼈다”고 털어놨다. 매년 더 성장하는 모습과 나은 기록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올해 타율 0.309 22홈런 113타점을 기록했다. 전년 기록(0.326 28홈런 135타점)보다 저조했다. 무엇보다 포스트시즌 부진이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그는 “마음은 안타치고 홈런치고 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안 되니까 후회도 되고 짜증도 났다”면서 “시간이 지나 지금 생각해보니까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된다. 내년에도 한국시리즈에서 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가게 된다면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WBC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에 대해 “정말 가고 싶은 대표팀이었는데 내가 못해서 그런 것”이라며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더 강해지겠다”고 다짐했다.
테임즈와 이별? 2017년 재미있는 도전
NC 강타자 에릭 테임즈(30)는 팀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NC가 붙잡고 싶어도 경쟁 팀들의 ‘머니 싸움’을 이겨낼 수 없다. 나성범도 2013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팀의 중심 타자로 힘을 모았던 테임즈와 이별할 시간이 다가온 게 아쉽기만 하다.
나성범은 “테임즈와 함께 하면서 많이 배웠고, 도움도 받았다”며 “테임즈라는 선수가 뒤에서 든든하게 도와줬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또한 “타자라면 파워가 세야 하는데 테임즈를 보면서 먹는 것을 잘 챙겨 먹고 몸을 잘 유지해 좋은 성적이 나온 다는 것을 느꼈다”며 “다음 시즌 (테임즈의 공백 영향으로) 어느 타순에 갈지 모르겠지만 또 한 번의 재미 있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명의 미래 ‘100억 사나이’ 후보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외야수 최형우(33)가 KIA와 4년 총액 100억원에 계약하면서 ‘100억 시대’를 열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내년 FA 시장부터는 대형 선수들이 없고, 최근 특급 신인도 나오지 않아 거품이 빠질 것”이라며 “그런데 나성범이 FA 자격을 얻을 때는 또 한번 대형 계약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제 프로 5년차, 1군 4년차 나성범에게 FA는 아직 먼 얘기다. 본인 스스로도 “선배들이 좋은 계약 조건에 이적하는 등 FA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나는 이에 대해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지금 NC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일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FA를 앞두고 잘해야 돈을 많이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랜 시간 꾸준히 해왔다는 것을 보여줘야 선배들처럼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고, 선배들도 나와 같은 시기를 거쳐 지금 자리에서 보상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창원=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