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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블레이크

입력
2016.11.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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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11.28

인간은 친구보다 적을 더 쉽게 용서한다는 말을 남긴 윌리엄 블레이크가 1757년 오늘 태어났다.
인간은 친구보다 적을 더 쉽게 용서한다는 말을 남긴 윌리엄 블레이크가 1757년 오늘 태어났다.

18세기 영국의 시인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 중에는 신비주의적 이미지가 짙게 밴 것들이 많다고들 한다. 그는 이성을 중시하면서도 초월적 직관을 언어화하고자 했고, 초상화나 풍경화가 추구하는 외관의 재현보다 상상력으로 증폭된 초현실적 내면의 세계, 언어 이전의 상징 세계와 원초적 신화적 체험의 세계를 강렬한 색과 과장된 형태로 즐겨 표현하곤 했다. 예술사는 그를 낭만주의를 연 선구자 중 한 명으로 꼽는다.

런던에서 태어난 그는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 거의 독학으로 시와 그림을 익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세 무렵 한 판각화가의 제자가 돼 미술적 기법들을 배웠고, 1783년 친구의 도움으로 첫 시집(습작시집)을 출간했다. 어려서부터 천사와 대화를 나누고 손으로 하늘을 만졌다는 등 신비 체험의 일화도 많다. 그는 예술적 모티브를 성경과 중세 기독교 미술의 단편들에서 곧잘 채용했지만, 요한계시록이나 욥기 등 신비주의적 색채가 강한 것들에 특히 끌렸고, 비록 신앙인이긴 했지만 교회 중심의 종교에는 비판적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시화집 ‘천국과 지옥의 결혼’ ‘경험의 노래’, 단테의 신곡에 삽화 형식으로 그린 100여 점의 그림이 유명하다.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악의 화신 ‘붉은 용(red dragon)을 모티브로 그린 ‘위대한 붉은 용과 빛의 여인’속 붉은 용의 형상은 영국 드라마 ‘한니발’의 악인 프랜시스 달라하이드의 등 문신으로 차용되기도 했다.

“친구를 용서하는 것보다 적을 용서하는 게 더 쉽다(It is easier to forgive an enemy than to forgive a friend)”는 구절은 1908년 그의 장시 ‘예루살렘’의 등장한다. 인간의 심성이 집단 내부의 이견에 자주 사나워지고, 멀리 있는 명백한 악보다 가까이 있는 희미한 위선에 더 가혹해지곤 한다는 통찰을 그는 저렇게 표현했을 듯하다. 그것은 흔히 ‘친구’라는 말이 상징하는 바, 어떤 대의를 공유하는 무리 안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보다 추구하는 과정 자체, 그것의 선명성과 무결함을 더 무겁게 여기는 데서 비롯되는 악덕일지 모른다. 거기서 비롯된 실망들이 신비적 초월의 연료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거듭 새롭게 조명되곤 하는 천재적 예술가 블레이크가 1757년 11월 28일 태어났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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