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스포츠 개발 원조 사업
한양대 체육대학장 재직 중 제동
차관 취임 후 “운영 잘못” 꼬투리
지급 승인 미루고 폐지 시도까지
국제 신뢰도에 타격 입을 뻔
김종(55ㆍ구속)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한양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응찰했다가 탈락한 국책사업을 차관 취임 후 폐지하려 하는 등 보복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문체부는 2013년 2월 개발도상국의 스포츠 발전과 우리나라의 국제 스포츠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5년 간 총 사업비 310억원을 투입하는 ‘개도국 스포츠 발전 지원계획(일명 드림 투게더ㆍDream together)’을 발표했다. 세계 10위권의 스포츠 강국이면서도 경제 규모에 비해 개도국 지원이 적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에 따라 스포츠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한 것이었다. 이 사업은 ▦개도국의 스포츠 행정가나 올림픽 등 참가선수를 선발해 스포츠 경영이나 행정 석사학위를 제공하는 ‘스포츠행정가 과정’ ▦개도국 감독이나 코치를 초청해 코칭 기법을 전수하는 ‘스포츠지도자 과정’ ▦개도국 선수 합동 훈련과정의 3갈래로 구성됐다. 233억원 규모의 행정가 과정은 체육인재육성재단이, 53억원 규모의 지도자 교육과정은 대한체육회가 맡기로 했다.
재단은 공개 입찰을 거쳐 2017년까지 5년간 사업을 운영할 학교로 서울대를 선정하고 2013년 13억원, 2014년~2017년 매년 32억원 등 총 143억원의 예산을 집행하기로 했다. 당시 한양대 체육대학장이던 김 전 차관도 이 사업에 응찰했지만 4,5위에 머물러 탈락했다. 이후 이 사업은 2014년 국민체육진흥기금 지원사업성과 평가에서 214개 중 14위를 차지하는 등 2013년 9월부터 매년 개도국 학생 17~19곳을 선발ㆍ교육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문체부도 2015년 1월 예산을 확정하면서 지적사항 및 평가, 문제점 부분에 ‘해당사항 없음’ 판단을 내리고 22억3,000여만원을 배정했다.
그러나 2015년 3월 김 전 차관이 뜬금없이 꼬투리를 잡기 시작하며 사업이 암초에 부딪혔다. 당초 협약에서 약정한 32억여원보다 예산이 줄어든 데 이어 문체부는 서울대에 “사업비 편성 및 운영이 잘못됐다”며 사업비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다. 학생들의 등록금과 기숙사비, 식비 등이 두세 달 밀리자 서울대 측은 자체 예산으로 우선 지급한 뒤 문체부에 예산 집행을 요청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체육계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이 이 사업에 지원했다 떨어진 데 앙심을 품고 이 사업을 폐지하려고 한다는 말이 돌았다”고 했다. 다만 ODA 사업을 일방적으로 폐지할 경우 국제사회에서의 우리나라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폐지까지는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계에서는 김 전 차관의 보복이 2010년 한양대가 글로벌스포츠산업대학원(GSI) 창설 사업을 따낼 때 서울대 측이 제동을 건 것에 대한 ‘뒤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ODA 사업을 시행하기 전인 2010년 8월 체육인재육성재단이 스포츠경영 석사과정 개설에 3년간 15억원의 국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공모했을 때 서울대와 한양대가 지원해 한양대가 우선협상자로 지정됐다. 하지만 서울대가 심사과정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심사위원 7명 중 상당수가 당시 한양대 사업추진단 소속 교수와 친분이 있거나 인척 관계인 데다 심사 당일에 평가배점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심사가 이뤄졌고, 결국 한양대가 사업을 따기는 했다. 2007년 2월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에 임용된 김 전 차관은 이 사업을 따낸 실적을 인정받아 임용 5년만인 2012년 체육대학장이 됐다고 한다. 한 체육학계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이) 우여곡절 끝에 뜻을 이루긴 했지만 서울대가 자신을 방해했다고 여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는 이 같은 김 전 차관의 전횡을 살펴보고 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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