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57) 프로축구 전북 현대 감독과 공격수 이동국(37).
전북의 아시아 축구 제패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이다.
전북은 26일(한국시간) 알 아인(UAE)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원정 2차전에서 1-1로 비기며 1ㆍ2차전 합계 3-2로 우승컵을 들었다. 2006년 이후 10년 만의 우승이다. 이로써 전북은 2011년 안방에서 열린 결승에서 알 사드(카타르)에 승부차기 접전 끝에 패해 준우승에 그친 한도 풀었다.
전북은 이날 알 아인에 밀려 크게 고전했다. 하지만 경기시작 직후 부상 당한 로페즈 대신 들어간 한교원(26)이 전반 30분 선제골을 넣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득점 뒤 4분 만에 상대 이명주(26)에게 동점을 허용하고 41분에는 페널티킥까지 내줘 위기에 몰렸지만 상대 실축으로 가슴을 쓸어 내렸다. 전반 막판 즐라트코 다리치(60) 알 아인 감독은 박충균(43) 전북 코치와 언쟁을 했다. 전북 코칭스태프와 현지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다리치 감독이 휘두른 주먹이 박 코치 턱을 가격했다. 주심은 두 사람 모두 퇴장시켰고 알 아인은 중요한 순간 사령탑을 잃었다. 전북은 후반에 알 아인의 맹공을 골키퍼 권순태(32)의 눈부신 선방과 육탄방어로 저지했다. 팬들은 박 코치에게 임진왜란 때 적장을 안고 남강에 몸을 던진 ‘논개’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최 감독과 이동국은 전북 팬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깨끗하게 갚았다.
전북은 최근 한국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클럽으로 자리매김했지만 홈에서 벌어진 ‘큰’ 경기에 약했다. 2011년 알 사드와 챔스리그 결승에서 졌고, 2013년 FA컵 결승에서는 포항 스틸러스에 패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FC서울에 무릎 꿇어 눈앞에서 우승컵을 놓쳤다. 구름관중을 불러 놓고는 안방에서 남의 집 잔치를 열어준 셈이다.
최 감독은 “5년 전 홈에서 알 사드에 우승컵을 내줘 4만여 팬들이 절망하는 모습을 봤다. 이후 챔스리그는 내게 엄청난 숙제였는데 (오늘 우승으로)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6년에도 전북의 아시아 정상을 이끌었던 그는 챔스리그가 지금의 방식으로 개편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두 번 우승을 차지한 지도자가 됐다.
종료 휘슬이 울린 순간 이동국의 얼굴에도 눈물이 맺혔다.
2009년 전북에 입단해 최 감독과 함께 4차례 정규리그 우승(09, 11, 14~15)을 합작했지만 그는 챔스리그 트로피와 인연이 없었다. 5년 전 알 사드와 결승 때는 부상을 당해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진통제까지 맞아가며 교체로 뛰었지만 패배를 막지 못했던 이동국은 결국 선수 인생에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이날 선발 출전해 득점은 못했지만 첫 골 때 상대 수비 2명을 유인하며 한교원이 슈팅 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줬다. 이동국은 “경기 후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지금까지 해 온 모든 노력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며 “언젠가부터 월드컵보다 챔스리그 우승이 중요한 목표였다. 동료들과 1년 동안 준비해 성과를 이뤄냈다”고 감격해 했다.
전북은 내달 8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참가한다. 대륙별 챔피언스리그 우승팀(5팀)과 개최국 등 6개 팀이 출전하는데 전북은 북중미 대표 클럽 아메리카(멕시코)와 첫 경기를 치른다. 여기서 이기면 ‘스타군단’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맞붙는다.
전북은 이번 우승으로 조별리그부터 받은 수당과 우승상금 300만 달러(35억3,300만 원)를 포함해 354만 달러의 거액을 챙겼다. 또 클럽월드컵에서는 1라운드에서 져도 최소 150만 달러의 상금을 받는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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