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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 속 개헌론 두고 정치권 샅바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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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 속 개헌론 두고 정치권 샅바싸움

입력
2016.11.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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贊 “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제 폐해 드러나”

反 “국정 수습에 집중할 때 혼란 가중 우려”

양측, 조기대선ㆍ정계개편에 따른 이해 갈려

탄핵 정국 이후 개헌론을 재점화하기 위한 물밑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개헌을 전격 제안했다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여파로 급속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와 함께 탄핵 및 개헌 추진을 선언한 것이 촉매제가 됐다. 일각에선 정기국회 중에 탄핵안이 가결되면 급속히 개헌정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개헌 찬성론자는 최순실 사건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드러나 개헌 명분이 더욱 확보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개헌 반대론자는 탄핵 이후 국정 수습에 전념할 상황에서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은 탄핵 이후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에 대한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개헌을 둘러싼 찬반양론 간 샅바싸움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왼쪽) 새누리당 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김무성(왼쪽) 새누리당 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反문재인 연대’로 대선판 흔들기

탄핵 정국에서 개헌론의 진원지는 새누리당이다. 당내 비주류인 김무성 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는 최근 탄핵과 함께 개헌 논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의 탈당 등으로 새누리당이 분당 위기를 겪으며 정계개편 가능성이 커진 것도 개헌론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했다. 앞서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논의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 등 민주당 비문재인계와 국민의당, 정의화 전 국회의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야권이 주도했다. 하지만 지금은 제3지대 논의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를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고 있다. 박관용 김원기 김형오 등 전직 국회의장과 총리, 원로들은 27일 회동을 갖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현재 위기의 중대한 요인으로 꼽고 정치권에 개헌 추진을 촉구했다.

개헌론자들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정의화 전 의장은 26일 손학규 전 대표를 만나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정기적인 논의 테이블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 새누리당 친박계와 민주당 친문재인계를 제외한 여야 정치세력들이 한 데 모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개헌에 소극적인 안철수 전 대표와 달리 국민의당은 당 차원의 존재감 부각을 위해 개헌에 부정적이지 않다. 또 친박계의 러브콜을 받아왔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내년 1월 중순 귀국한 이후 동참 가능성이 거론된다.

탄핵 이후 내년 상반기 조기대선이 실시될 경우 현재 여론조사 1위인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가장 유리하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견해다. 때문에 아직 확실한 주자가 없는 개헌 찬성론자 사이에선 문 전 대표를 대적할 후보를 선출하려는 목표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다. 또 개헌을 통해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 등에 합의할 경우 연정을 통한 권력 분점 가능성도 그려볼 수 있다. 사실상 현재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한 대선 판을 흔들겠다는 ‘반(反) 문재인 연대’의 성격이 강한 셈이다.

문재인(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가 2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결의대회에 참석해 추미애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홍인기 기자
문재인(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가 2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결의대회에 참석해 추미애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홍인기 기자

‘개헌 반대’ 文ㆍ安, 미묘한 입장차

개헌 반대론의 대표 주자는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다. 이들은 개헌 필요성엔 원론적으로 공감하지만 현 시점의 개헌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문 전 대표는 당 안팎의 개헌론자들로부터 “현 상태에선 자신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개헌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이에 문 전 대표 측은 이날 “현 시점의 개헌론은 명확한 대선 후보가 없는 세력들이 대선 판을 흔들겠다는 정략적 의도가 있다”며 “촛불민심의 요구는 대통령 퇴진이지 개헌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안 전 대표 측도 “차기 대통령이 정권 초기에 선거구제 개편 등을 포함한 개헌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은 개헌론자들 간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각론이 다양하기 때문에 최종안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도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다만 개헌에 따른 정계개편 가능성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5일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에 대해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과, 공범이었던 새누리당의 책임을 물타기 하는 것이 담겨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최근 김무성 전 대표와 친박계 등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개헌론에 정략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반면 안 전 대표 측은 새누리당 비박계의 탈당이 현실화할 경우, 이들을 흡수하는 정계개편을 통해 반 문재인 연대의 중심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때문에 여권의 유력주자인 반 총장이 제3지대로 합류할 경우 그간 부정적이었던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전 대표와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당원 보고대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전 대표와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당원 보고대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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