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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친개

입력
2016.11.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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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어느 학교건 ‘미친개’라는 별명을 가진 선생님들이 계셨던 것 같다. 성격이 괄괄하고, 잘못된 걸 보면 참지 못해 바로 응징(?)하는 선생님들에게 이런 별명이 붙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학교 때 수학 선생님과 고교 때 독일어 선생님이 나한테는 무서운 미친개였다. 물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그 수업만큼은 조심했지만 온전히 지뢰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학창시절을 돌이키고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는 데 선생님 별명을 추억하는 것만한 게 없다.

▦ 미친개로 세계적 공인을 받은 사람은 리비아의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다. 270여명이 숨진 팬암기 폭파사건 배후로 지목되는 등 온갖 악행에다 독단적 통치스타일 때문에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그를 ‘중동의 미친개’라고 불렀다. 지금은 은퇴한 미국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투수 그렉 매덕스도 미친개로 명성을 떨쳤다. 구속은 빠르지 않았지만 정교한 제구력으로 삼진과 방어율, 볼넷에서 대기록을 남겼다. 그렇다고 성격이 불 같아서가 아니다. 미친개는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일 뿐 ‘교수’라는 또 다른 별명이 말해 주듯 타자의 심리를 꿰뚫는 학구파 투수의 대명사였다.

▦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이끌 새 미국 정부의 국방장관에 미친개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사령관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사병으로 해병대를 제대한 뒤 다시 학군장교(ROTC)로 임관해 4성 장군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인 그는 별명에 걸맞게 직설적이고 거친 화법의 소유자라고 한다. 이라크 침공 당시 예하 병력의 바그다드 진격이 늦었다고 부하 지휘관을 현장에서 교체하는 용서 없는 리더십으로 언론은 묘사하고 있다.

▦ 트럼프가 외교안보 라인에 매티스를 비롯한 군 장성들을 중용하려 하자 대외정책이 강경 일변도로 흐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해군 중장 출신의 마이클 플린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하는 등 하마평에 6명의 예비역 장성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1950년 이후 장성출신이 국방장관이 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군에 대한 문민통제라는 민주주의 원칙이 흔들린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로서는 이런 군 인사들의 ‘강성’이 대북정책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걱정이다. 트럼프가 “미치광이”라고 한 김정은에게 미친개 매티스가 매를 드는 형국일까.

황유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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