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김영재의원 원장, 김상만 녹십자아이메드 원장,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비선실세 최순실씨 단골 의사들과 청와대 의료진이 연루된 의혹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이들 3명이 ‘의료 농단’의 핵심 당사자라는 의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27일 의료계,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영재 원장은 청와대와 정부 부처, 대형 대학병원까지 동원된 각종 특혜 의혹의 복판에 선 인물이다. 김씨는 부인하고 있지만, 미용성형 전문가라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과 관련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는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최씨와 친분을 맺었다. 최씨는 2013년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136회에 걸쳐 김씨에게 진료를 받았다. 매주 한 번씩 찾은 셈이다. 별다른 매출 실적이 없던 김씨 가족 회사 2곳은 이후 승승장구했다. 안면성형용 리프팅실을 생산하는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은 박 대통령의 지난해 중남미(4월) 중국(9월), 올해 프랑스(5월) 순방에 동행했고, 화장품제조사 존제이콥스는 프랑스 순방에 함께 했다. 특히 존제이콥스는 올 2월 청와대에 명절선물용 화장품을 납품하더니, 프랑스 순방 전후로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에 각각 입점했다.
국내 굴지 대학병원의 전폭적 지원도 받았다. 지난해 리프팅실 판매허가를 받는 과정에선 세브란스병원 교수진이 임상시험을 맡았는데, 박 대통령 자문의 출신인 정기양 교수가 동참했다. 올해 수술용 봉합실 개발 지원예산 15억원을 따내는 과정에선 박 대통령 주치의였던 서창석 원장을 비롯한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대거 연구진에 이름을 올렸다. 청와대가 직접 김씨를 도왔다는 의혹도 있다. 조원동 전 경제수석 측은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김씨의 중동 진출을 도와줄 컨설팅업체를 연결시켜줬다”고 폭로한 바 있다.
차움의원 근무 시절 최순실-순득 자매의 진료를 전담했던 김상만 원장은 청와대 공식 의료체계를 무력화한 비선진료의 당사자로 지목된다. 그가 2013년 8월 대통령 자문의로 위촉된 과정부터가 의혹 대상이다. 자문의는 통상 청와대 주치의가 선정하지만 이병석 당시 주치의(현 세브란스병원장)는 “김씨가 이미 자문의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정맥주사를 이용한 만성피로 치료로 정평이 난 김씨는 주치의 및 의무실장 배석, 진료기록부 작성 등 정해진 절차를 어기고 박 대통령을 진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주치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태반주사, 감초주사 등 안전성이 완벽히 입증되지 않은 영양주사를 외부에서 반입해 박 대통령에게 투여했고, 이 과정에서 최씨 자매의 진료기록부를 이용해 불법 대리처방을 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청와대 의약품 구매 목록을 보면, 김씨는 주치의가 서창석 원장으로 교체(2014년 9월)된 이후 청와대에 필요한 주사제 구입을 요청한 것으로 보이지만 절차를 무시한 ‘독대 치료’가 계속됐다는 의혹은 여전하다. 서 원장은 26일 기자회견에서 “김상만 원장에게 진료를 요청할 때는 (주치의인 내가 아니라) 청와대에서 먼저 연락을 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2014년 이후 구입한 의약품 중 15%(금액 기준) 이상이 김씨가 그 해 3월부터 근무했던 녹십자 제품이라는 점은 또 다른 특혜 의혹을 낳고 있다.
서 원장 또한 김영재, 김상만씨 관련 의혹에 깊숙이 발을 들인 형국이다. 김영재씨가 정부 연구개발비를 받는데 도움을 준 것은 물론, 그가 지난 7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외래교수로 특혜성 위촉을 받는데 관여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외래교수 후보는 진료과 교수들이 추천하도록 한 절차가 무시된 점, 김씨가 외래교수가 되는데 필요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점 등이 그 근거다.
서 원장은 청와대 주치의 재직(2014년 9월~2016월 2월) 시절 김상만씨를 포함한 비선진료를 묵인 내지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서 원장이 주치의로 취임한 이후 태반주사, 감초주사 등 영양주사제, 비아그라, 전신ㆍ국소마취제 등 이전에 없던 제품들이 대거 반입됐다. 서 원장은 26일 “청와대 약 구매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비아그라는 (청와대가) 전문교수에게 자문해 구매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이는 “주치의 자문을 받고 비아그라를 구입했다”는 이선우 청와대 의무실장 발언과 어긋난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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