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하나 둘씩 뒤엉키고 있다. 살얼음 판 위의 경제든, 전략적 대응이 시급한 국정이든, 조금씩 차질이 빚어지며 제각각 얽히고설켜 자칫 재앙을 부를 것 같은 상황이다. 청와대는 진작부터 “국정 혼란을 조속히 수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박근혜 대통령의 대책 없는 ‘버티기’가 오히려 국정 공백과 혼란을 끝없이 증폭시키고 있다. 장관들은 저마다 “흔들리지 않고 일하겠다”지만 공허한 수사일 뿐, 현실은 걷잡을 수 없이 꼬이고 있다. 대통령 결단이 더욱 절박한 이유다.
말이 혼란이지, 행정은 사실상 공황 상태다. 이임식까지 준비했다가 엉거주춤 주저앉은 황교안 총리의 내각은 최근 김현웅 법무장관의 사의 표명까지 덮치면서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 대통령 당선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연일 급박하게 출렁이고 있지만, 경제부총리는 25일까지도 정부 대책회의조차 주재하지 못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가 사령탑인지, 임종룡 새 부총리 내정자가 사령탑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여전히 아리송한 상태다. 중국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류 제재는 물론, 자동차 배터리 부문 등 중국 진출 한국 기업에 대한 견제까지 본격 가동하고 있지만 범정부 차원의 대응책은 꿈도 못 꾸는 형편이다.
핵심 국정과제들도 잇따라 표류하고 있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동개혁 추진의 시금석이었다. 하지만 정책 최전선에서 벌어진 철도 파업은 ‘최순실 사태’로 정부가 무기력 상태에 빠져 방치된 채 60일을 넘기게 됐다. 민주노총은 물론, 공무원 노조까지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연일 광화문광장에 나서는 상황이니, 이미 공공ㆍ노동ㆍ금융ㆍ교육 등 4대 개혁 동력은 완전히 꺼져버린 셈이다.
증시 하락이야 조변석개하는 시장 특성 탓이라고 해도, 가계부채나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정책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시중금리는 12월 미국 금리인상과 트럼프 당선에 따른 글로벌 안전자산 회귀 현상이 겹치며 이미 심상찮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까지 나서 “금리 1% 포인트 상승 때 대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14%까지 증가한다”며 1,300조 원에 이른 가계부채 상황에 새삼 경고음을 발했을 정도다.
하지만 정부는 중장기 대책은 손도 대지 못한 채 대출규제 강화 같은 응급처방밖에 내지 못하고 있다. 국가 리더십 붕괴로 정부가 마비되고, 전략정책이 표류하고, 거시경제와 무역, 시장에까지 날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만 모르는 듯한 상황의 위중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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