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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전쟁 2라운드… 터키 “유럽에 쏟아 놓겠다”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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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전쟁 2라운드… 터키 “유럽에 쏟아 놓겠다” 도발

입력
2016.11.2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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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민주주의 위기’ 명목

터키 EU가입 협상 중단 움직임

에르도안 “난민협정 파기할 것”

유럽 전역 난민 소요사태도 관건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21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21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유럽연합(EU)과 터키의 난민 전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유럽의회가 터키 민주주의 위기를 이유로 터키의 EU가입 협상을 중단하려 하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2) 터키 대통령은 “난민 협정을 파기해 수십만 난민을 유럽에 쏟아 놓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EU 내에서도 터키를 도발해선 안 된다는 신중론이 고개를 드는 등, 권력관계의 무게추가 급격히 터키로 쏠리는 분위기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열린 여성단체 행사에 참석해 “우리는 350만명에 달하는 난민을 먹여 살리고 있다”며 “유럽은 정직하게 인도주의를 실천한 적도 없고 난민을 보살핀 적도 없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럽이 압박 수위를 높이면 우리는 국경을 열어 유럽으로 난민이 쏟아져 들어가게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앞서 유럽의회는 24일 터키의 EU 가입 협상 중단 결의안을 찬성 479표, 반대 37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지난 7월 터키 쿠데타가 실패한 후 에르도안 대통령이 반대세력을 과도하게 탄압하며 민주주의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이유다. 결의안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망신주기’ 성격이 짙다. 이에 분노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난민협정을 파기하겠다”고 맞불 카드를 꺼내 놓은 것이다.

문제는 난민 문제 해결 방안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는 점이다. 지난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난민 수십만명을 받아들인 유럽은 경제 불황에 테러 위협, 반(反)난민 정서의 삼중고가 겹치며 골머리를 썩고 있다. 이에 EU는 지난 3월 터키와 난민협정을 맺으며 터키 정부가 국경을 차단해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을 막고, 이미 들어온 난민은 터키로 돌려보내는 데 합의했다. 대신 EU는 터키의 EU가입 협상을 가속화하는 등의 보상을 약속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실제로 난민협정을 파기할 경우 EU로서는 최대 수백만명에 달하는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EU 내에서도 터키 때리기를 멈춰야 한다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터키는 300만명 이상의 난민을 수용하는 EU의 중요한 파트너”라며 “우리는 이 이슈들에 대해 말할 때 겸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유럽과 터키가 맺은 난민협정은 양쪽의 이해에 모두 부합한다”며 “우리는 유럽인으로서 의무를 다해야 하고, 이는 터키도 마찬가지”라고 수습에 나섰다.

유럽 난민촌 곳곳에서 확산되는 난민 시위도 EU의 목을 죄고 있다. 25일 그리스 레스보스섬 난민촌에서는 가스 폭발로 난민 2명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난민 소요 사태가 발생했다. 불가리아 하르마늘리 난민캠프에서도 24일 폭력 시위가 발생해 난민 20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당국이 “난민이 감염병을 전파한다”며 난민촌 출입을 봉쇄하자 분노한 난민들이 가구와 타이어에 불을 지르고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진 것이다. 구호단체 국제구호위원회(IRC) 관계자는 “우리는 난민촌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수차례 경고했다”며 “소요 사태는 난민 위기에 대한 유럽 지도자들의 대응력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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